유명 완구 '레고' 쓴 제약사 "상표권 침해"

2023-12-08 11:18:14 게재

대법, 등록 무효 확정

'레고켐파마' 사용 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완구회사 레고(LEGO)를 회사 이름에 넣은 국내 제약사에 대해 대법원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LEGO Juris A/S)가 A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의약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법인인 A사는 2015년 11월 레코켐파마(LEGOCHMEPHARMA) 상표를 출원했다. 레고측의 이의신청으로 상표등록이 거절됐지만 특허심판원이 불복신청을 받아들이면서 2018년 9월 상표로 등록됐다.

레고는 레고켐파마의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2020년 3월 특허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특허법원은 "'레고'는 국내 일반 수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명한 상표로, 사건 상표 핵심인 '레고'는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며 "두 표장에 대한 상품 출처의 혼동가능성이나 경쟁관계와는 상관없이 '레고'와 유사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사용됨으로써 저명상표주인 원고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구축한 선사용상표들에 대한 고객흡인력 등이 다양한 상품으로 분산되거나 희석될 것"이라고 봤다.

A사의 '자신들의 상표가 '레고켐파마' '레고켐'으로 호칭될 뿐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제로 진행되는 특허 재판에 따라 A사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우선 레고켐파마의 명칭 중 요부는 '레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요부란 상표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핵심적인 부분을 말한다. 'CHEM'과 'PHARMA'는 단순히 화학·약학 분야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별다른 식별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사는 자신들의 신약 연구·개발의 특징을 나타낼 목적으로 'Lego chemistry'라는 용어의 약칭인 'LEGOCHEM'을 포함하는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명 상표인 '레고'와 연상 작용을 의도하고 이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는 저명상표인 선사용 상표들이 가지는 식별력, 즉 단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표법 34조 1항 11호는 '타인의 상품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고 정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등록된 상표가 상표법상 '타인의 저명한 상표가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해 그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본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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