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공수처 제자리 잡기 필요하다

2023-12-08 11:27:52 게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못잡고 있다. 인력난은 물론 수사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내홍까지 겹쳤다.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검사 25명 정원을 온전히 채운 적이 없다. 최근 검사를 새로 뽑았지만 기존 검사가 또 사표를 냈다. 공수처 1기 검사 13명 중 10명이 나갔다고 한다.

게다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3년 임기가 내년 1월 끝나는데 후임 처장 인선 과정도 순탄치 않다고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7명은 각각 3명씩 모두 21명까지 추천할 수 있는데 1차로 8명만 후보가 나왔다고 한다. 당초 추천 물망에 오른 상당수 인사가 후보 추천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장은 물론 검사들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것은 공수처가 걸어온 길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경험이 없는데다 변호사 출신이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검사 출신들이라고 해도 이미 오래 전에 검찰을 그만두고 변호사를 했던 인사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수사 실적도 좋을 수가 없었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구속영장을 다섯 차례 신청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판사와 검사, 고위 경찰관 등 이른바 권력을 가진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검찰에서 잘 나가는 특수통 검사들이 주축이 돼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잘 나가는 검사들이 임기도 짧은 공수처에 와서 자기 친정 조직을 수사하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제자리 잡기가 필요하다. 결과가 어떻든 검사들 개인비리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 자체로도 수사결과에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검찰총장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고 내부 기강을 바로 잡고, 검사 개인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검찰이 이런 시선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오히려 공수처 조직의 위상 제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공수처 검사로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법적 제도적 걸림돌이 있다면 이를 야당과 협력해 제거해 준다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검찰을 투명하고, 공정하며, 신뢰받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임명될 2기 공수처장과 차장이 누가 될지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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