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법부' 과제 산적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이 최대 과제

2023-12-11 11:11:50 게재

압수수색·구속영장 제도 개선 숙제

대법관 임명·법원 내부 결속 강화도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4일 퇴임 이후 두달 반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 상황이 끝났지만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과 함께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데다 압수수색·구속영장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또한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제도의 지속여부도 관심사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1일 오후 2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취임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1957년생인 그는 대법원장 정년 나이인 만 70세까지 3년 6개월간 재임하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대법관 2명 공백 불가피 = 앞서 조 대법원장은 8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자마자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대법원장 공백 상태가 해소되자마자 대법관 2명의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던 재판 지연 문제가 대법관 2명 공백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법원은 12일부터 18일까지 두 대법관의 후임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는다고 이날 밝혔다. 같은 기간 추천위원회 비당연직 위원 3명도 함께 추천받는다. 대법원이 서둘러 제청 절차에 착수했으나 대법관 2명의 퇴임이 한 달도 채 남지않아 당분간 공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법관 임명은 법원 내부 추천 절차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해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된다.

대법원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9월 24일 퇴임하고 후임 대법원장의 취임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취임사에서 재판 지연 문제 해결 방안의 청사진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재판 지연 해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법원장에게 장기 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기는 방안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가능한 시행방안을 찾아보고 12월에 예정된 법원장 회의에서도 그(재판 지연)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 수사기관 설득 필요 = 조 대법원장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압수수색·구속영장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내비치면서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는 영장을 청구하는 주체인 검찰 등 수사기관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즉시 현행 구속영장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이 너무 높다는 의원들 질의에 "조건부 구속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즉시 착수해달라는 요청에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구속은 구속의 사유, 피의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피의자가 일정한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재판 지연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속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구속 사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압수수색 영장 제도 역시 꾸준히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야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기인 지난 2월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신설하는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검찰은 범죄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수사 내용이 사건 관계인들에게 공개되면 증거 인멸, 기밀 유출 우려가 있고 신속한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반발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조 대법원장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최근 압수수색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다만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진다"며 "대법원에서 검사가 신청하는 참고인만 부르는 쪽으로 바꿀 필요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임 대법원장 도입 제도 개선도 과제 =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률도 폐지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비롯한 법관 처우 개선 등 형사 사법 제도 개선도 주요 과제다.

조 대법원장은 8일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들이 심기일전해 재판과 사법행정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사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국회와 정부,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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