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법원 '심리·재판 지연' 가장 문제

2023-12-12 11:22:43 게재

조희대 대법원장 이어 정형식 재판관 후보자도 지적 … 해법으론 '인력보충과 재판 제도 개선' 한목소리

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도 재판과 심리 지연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눈길을 끈다. 또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과 1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갖는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제도 개선과 함께 인력보충을 제시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중폭 내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전초전'으로 보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날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다면 헌법재판관 정원 9명 구성이 모두 완료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정 후보자를 지명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한데 이어 정 후보자도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 문제를 꼽았다.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정 후보자는 앞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김도읍)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매년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이 많이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심리 지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재의 결정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 해외사례 및 국내외 연구자료, 관련기관의 의견, 상충되는 여론 등을 모두 검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이념 및 가치 등을 신중히 고려해 판단해야 하므로 심리에 상당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조 대법원장도 11일 취임식에서 '재판 지연' 등 사법부가 당면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엉켜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과 정 후보자는 재판과 심리 지연 문제와 함께 해법도 비슷하게 제시했다. 이들은 재판과 심리 제도 개선과 함께 인력 보충이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있듯이, 헌재 구성원 모두가 신속한 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아울러 인력보충과 심리의 효율화를 위한 헌법재판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이날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민주당의 송곳 검증이 예고됐다. 특히 2018년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 뇌물을 제공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친재벌적 판결'을 했다는 전례를 두고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임명했을 당시 "정 후보자는 2018년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 유예를 선고한 전력이 있다"며 "대한민국 근간을 흔들고 국민을 농락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고 했다. 이어 "자칫 윤석열 정권의 극우적 행보를 정당화하는 정권의 동반자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다.

정 후보자가 2021년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대여해주고 세법상 적정 이자율(연 4.6%)에 한참 밑도는 연 0.6%의 이자를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이를 향한 민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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