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재산신고' 당선 유·무효 엇갈려

2023-12-13 11:16:35 게재

대법, 양정숙 의원 무죄 확정 … 차명 재산 기소대상에서 빠져

염동열 조수진 등 유사 사건 고의성 인정하지만 의원직은 유지

김광신 대전중구청장·최동석 김해시의원 등은 당선 무효형

공직선거법 상 '허위 재산신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인들이 재판에서 정치적 생사가 엇갈렸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직자와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양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선출직 공직자가 선거법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나 징역형을 받으면 그 직위를 상실한다.

양 의원은 2020년 총선에 출마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 신고를 하면서 남동생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송파구 상가 지분을 고의로 누락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양 의원이 송파 상가 지분에 더해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송파구 아파트 지분, 용산구 오피스텔 등 총 4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도 관련 의혹을 제기한 당직자와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추가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4건 모두 양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 무고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이 차명으로 보유한 것은 용산구 오피스텔 1채이고 나머지 3건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명의 계좌를 피고인이 단독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매대금 지급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양 의원이 부동산을 실소유했다면 증여세·재산세를 자신이 납부했거나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소지해야 하는데 이런 정황이 없었던 것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송파 상가와 관련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용산구 오피스텔은 차명으로 보유한 것이 맞으므로 무고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양 의원이 각각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전부 기각했다. 이로써 양 의원은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지키게 됐다. 양 의원은 당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재산 축소신고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에 의해 고발당하고 제명됐다.

앞서 20대 총선 과정에서 부동산 등 재산 13억원을 축소해 허위사실 공표로 재판에 넘겨진 염동열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이 확정됐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바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도 21대 총선에서 26억원의 재산 중 5억원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벌금 8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재산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했지만 당선에 미친 영향이 작다고 보고 당선무효형 아래를 선고한 경우다.

반면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재산누락으로 기소된 김광신 대전 중구청장과 최동선 김해시의원은 유죄가 확정돼 당선직을 상실했다.

김광신 구청장은 선관위에 제출한 재산신고서에서 일부 재산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세종시 소재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원을 지급하고 지인에게 7000만원을 빌리고도 재산신고에 누락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범행이 아니고, 허위사실 공표 내용이 중하지 않아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선무효(벌금 100만원)에 해당하지 않는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시 내용 일부는 통상적 판단이라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나이·범행동기·수단·정황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판단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면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해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최동석 김해시의원도 대법원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당선직을 상실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자로 등록하면서 본인 재산 19억원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최 의원이 시의원 신분이던 지난해 2월 공직자 재산을 등록할 땐 이 사건 건물을 재산에 포함해 신고했지만, 같은 해 5월 공직선거 후보자 재산 신고를 할 땐 이를 누락한 점 등을 비춰봤을 때 고의로 재산 신고를 누락하려 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상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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