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고한 민간인 고통 끝내야"

2023-12-13 10:42:13 게재

총회서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 … 바이든-네타냐후 이견 공개 노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12일(현지시간) 채택됐다. 미국의 반대로 지난 8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부결된 지 나흘 만에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 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 주된 여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12일 유엔은 제10차 긴급 특별회의를 열어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과 더불어 인도주의적 접근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EPA=연합뉴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아랍국가들이 제출한 결의안을 찬성 153표·반대 10표·기권 23표로 가결했다.

채택된 결의안에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 △모든 당사자가 국제 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른 의무, 특히 민간인 보호와 관련한 의무 준수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과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장해 온 인질을 잡은 주체가 하마스라는 사실과 하마스의 테러행위에 대한 규탄은 담기지 않았다.

앞서 오스트리아와 미국은 하마스의 책임 문제를 반영한 수정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표결에서 채택 기준인 3분의 2 이상 찬성에 도달하지 못해 부결됐다.

데니스 프랜시스 제78차 유엔총회 의장은 개회를 선언하면서 "사망자의 거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면서 "전쟁에도 규칙이 있으며, 우리는 핵심원칙과 가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가 인도주의 시스템의 전례없는 붕괴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면서 "유엔이 민간인의 고통을 즉각적으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거듭 요구하면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단 하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이 폭력을 당장 멈춰라"라고 말했다.

결의안 표결에 앞서 각국의 토론도 이어졌다.

오사마 마흐무드 압델칼렉 마흐무드 이집트 대사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전쟁범죄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유엔 전체의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무니르 아크람 대사는 "휴전 이후 이스라엘의 전쟁 기계에서 죽음의 발사체가 가자지구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면서 "이것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목표는 한 민족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지우는 것"이라며 "이 캠페인은 역사상 다른 정착민 식민 정권이 벌인 대규모 인종 학살 캠페인의 카피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결의안 채택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지하면서 "국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한 유엔 회원국의 집단적 결의를 대변하는 막대한 도덕적 무게를 지니고 있다"면서 "이러한 결의안은 세계인권선언에서 비롯된 국제인권 체제를 뒷받침하는 60개 이상의 인권문서와 같은 주요 법적 프레임워크와 표준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제여론이 즉각적인 휴전과 인도주의 보장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이견도 공개 노출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그들(이스라엘)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경한 정부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중 이스라엘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설리번 보좌관이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공약과,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간에 이견이 있지만 결국엔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포스트 하마스) 문제에 관해 계속 대립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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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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