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화풀이' 벽 두드리면 스토킹 유죄

2023-12-14 11:10:01 게재

대법, 첫 판단 … 야간에 반복 소음 제동

수개월에 걸쳐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 수십 차례 반복해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층간 소음에 대해 스토킹 범죄 해당 여부를 판단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10월 22일 부터 11월 27일까지 자신이 사는 빌라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상의 도구로 총 31회에 걸쳐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는 등 피해자 B씨를 비롯한 주민들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주거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주거 등에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2심은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사례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검사와 피고인의 항고를 기각해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정당한 이유 없이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태양 및 경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층간소음 기준 미달 시 보완시공을 의무화하고, 미이행시 준공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은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방안은 "층간소음 정책의 패러다임을 국민 중심으로 전환해 더 이상 소음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희룡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된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는 신축 공동주택 건설시, 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준공이 불허된다. 건설사가 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준공을 승인할 계획이다. 또 시공 중간단계에도 층간소음을 측정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검사 가구 수도 현재 2%에서 5%로 확대해 검사의 신뢰도를 높인다.

아울러 장기 입주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완시공을 손해배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손해배상시 검사결과를 모든 국민에게 공개해 임차인과 장래매수인 등의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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