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끈 세금 소송서 LG전자 승소

2023-12-20 11:14:06 게재

대법 "우선주 대금에 세금 부당" … "LG노텔 지분소각액 법인세 취소"

LG전자가 캐나다 기업과 합작 설립한 LG노텔(현 에릭슨LG)로부터 받은 우선주 대금에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금이 부과된 지 11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법인세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는 캐나다 회사 노텔네트웍스와 합작 투자계약을 2005년 8월 체결하고 LG노텔을 설립했다. 이어 네트워크 사업 부문 전부를 LG노텔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양도하고 3044억원 상당의 대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LG전자는 노텔네트웍스와 우선주 약정을 체결하고 2007∼2008년 LG노텔로부터 797억원을 받았다.

LG노텔이 일정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면 LG전자가 보유한 우선주를 LG노텔에 환매하고, LG노텔은 이에 따른 감자대금을 지급하고 우선주를 소각하는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우선주 유상감자' 명목으로 797억7400만원을 배당받았다. 유상감자란 자본금 감소와 함께 회사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해 순자산도 같이 감소시키는 제도다. 이를 두고 LG전자와 세무당국의 의견이 갈렸다.

LG전자는 이를 배당액으로 봐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금불산입이란 내국법인이 출자한 다른 내국법인으로부터 수입배당금을 받을 때 이중 일부는 회계상 소득금액으로 넣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세무당국은 797억원이 외관만 배당금일 뿐 실질적으로는 네트워크 사업 양도대금이므로 조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 가산세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109억원의 법인세를 LG전자가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해 계산한 정당한 세액은 약 41억원 수준이므로 이를 초과하는 부과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형식적으로만 우선주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사업양도 대가로 지급됐다더라도 거래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정 형식이 조세회피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법원은 세무당국의 손을 들었다. 2심 법원은 "실질적으로 LG전자가 조세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네트워크 사업부 사업양도 대금으로 금원을 수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익금불산입 대상이 되는 수입배당금이 맞는다고 보고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우선주 약정은 (사업 부문을 양도한) 투자계약과 별도로 체결된 것"이라며 "우선주 유상감자 조건의 충족 여부는 출자계약에서 정한 사업양도 대금의 내용이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우선주 유상감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리에 비춰보면 지급 받은 금원은 수입배당금이 타당하므로 익금불산입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노텔네트웍스 입장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LG전자의 사업 협력이 필요해 이 같은 우선주 약정을 체결했으며 LG노텔이 상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모두 갖춰 767억원을 지급한 점이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한 67억7000만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거래의 전체 과정을 살펴볼 때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에 경제적 목적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과세관청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형식과는 다른 실질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향후 과세관청의 과세실무와 하급심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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