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법부 구성 보수화 기로

2023-12-26 11:20:37 게재

대법관 13명 중 6명 교체, 대법원장 포함 10명째

'서오남' 탈피, 여성·검사 출신 등 다양화 관심

헌법재판관 4명 교체, 차기 헌재소장도 주목

내년 사법부 구성이 보수화될지 관심을 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이미 4명이 교체됐으며 2024년에는 6명이 바뀔 예정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 추진했던 사법부 구성의 다양화(여성대법관 최대 4명, 서오남 탈피 등)를 내던지고 보수성향의 서울대, 50·60대, 남성 판사(서오남) 중심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법조계 시각이다.

특히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이 검사 출신 대법관과 올해 2명이 임기를 마치는 여성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대법관을 임명 제청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2024년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대법관 6명 교체 =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중 6명이 임기를 마친다. 이들의 빈 자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들이 채우게 된다.

먼저 선임 대법관으로 대법원장 공백 상황에서 권한대행을 맡았던 안철상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 1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함께 임명된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도 같은 날 끝난다.

내년 8월 1일에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동시에 퇴임하고, 12월 27일에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임기도 끝난다.

결과적으로 내년 말에는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로 채워지고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은 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 대법관만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내년을 기점으로 보수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간의 평가를 종합하면 현재 대법관 가운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6명 안팎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중도·보수 성향의 오석준·서경환·권영준 대법관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합류하면서 이념지형에도 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 떠나는 대법관 6명 중 4명가량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중도·보수 우위의 구성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여성 대법관 3명 중 2명(민유숙·노정희 대법관)이 임기가 끝나는만큼 후임에 여성 대법관이 임명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해 7월 임기가 끝난 박정화 대법관 후임에 여성 대법관 후보자가 추천됐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반대했다는 얘기가 있었던 만큼 내년 2명의 여성 대법관 후임에 여성이 임명될지 주목을 끈다.

또 검사 출신 대법관이 임명될지도 주요 관심사다.

2021년 5월 임기만료로 퇴임한 검사 출신 박상옥 전 대법관 이후 검찰 출신이 대법관에 임명되지 않았다. 박 전 대법관은 2012년 7월 안대희 전 대법관 퇴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검찰 출신으로 대법관에 올랐다.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대법원장을 포함해 4명의 대법관이 교체됐지만 검찰 출신은 없었다. 내년 교체되는 6명의 대법관 후임에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법재판관 교체도 관심 = 헌법재판관 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의 재판관도 내년에 헌재를 떠난다.

가장 먼저 이은애 재판관이 9월 20일 임기를 종료한다. 이어 이종석 헌재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10월 17일 퇴임할 예정이다.

다만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 재판관 구성 방식,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는 엄격한 의사결정 방식 등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교체되는 재판관 4명의 정치 성향은 보수 2명, 중도 1명, 진보 1명으로 분류된다. 4명 중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나머지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가 추천한다. 국회 추천권은 관행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나눠 갖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진보·보수 성향의 재판관을, 조 대법원장이 중도 성향의 재판관을 지명한다면 정치 성향을 기준으로는 현재와 비슷한 구성이 유지되리라는 관측이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다.

내년 10월 퇴임하는 이종석 헌재소장의 후임이 누가될지도 법조계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이 소장은 2018년 10월 18일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해 내년 10월 17일이면 6년의 임기를 마친다. 관행적 해석에 따라 재판관 임기가 끝나면 소장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다만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연임을 허용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재판소 운영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이 소장을 연임시킬 가능성도 있다.

내년 새로 취임하는 재판관 중 1명을 재판소장으로 지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전·현직 검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뒤 소장으로 지명하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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