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진 장기화에 체력 고갈 … 상위 건설사로 위험 확산

2023-12-28 16:31:31 게재

태영건설, 회사채·PF우발채무 3조9천억 … '워크아웃 통한 구조조정' 결정

건설사 합산 PF보증 28조3천억원 … 한국은행 "사업장 선제적 구조조정해야"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 건설업계 16위인 태영건설이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위기를 맞게 됐고 시간이 갈수록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부동산PF 사업장은 시행사들이 금융회사들로부터 PF대출을 받지만 건설사들이 주로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시행사들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건설사에게 돌아간다. 건설사의 부동산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워크아웃 신청한 태영건설 = 태영건설은 28일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채권단에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은 11월말 기준 회사채와 PF우발채무 규모가 3조8987억원에 달한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3분기 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PF보증 규모는 1조1878억원이다. 올해 9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규모는 373.6%에 달한다.

올해 PF차입금과 유동화증권 차환 관련해 지주사인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차입하고 사모사채 발행(1600억원), 한국투자증권과 펀드 조성(2800억원), 본사 사옥 담보 차입(1900억원) 등으로 약 1조원을 조달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PF우발채무 규모가 쉽게 줄어들지 못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투자심리 저하 등으로 PF차입금 및 유동화증권의 차환부담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들어 금융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일부 현장의 유동화증권 등을 태영건설이 직접 매입하거나 시행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PF우발채무 대응 과정에서 차입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태영건설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성 커지는 건설사 PF우발채무 =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건설사 PF보증(한국신용평가 등급 보유 16개사 합산) 규모는 28조3000억원이다. PF차환 위험이 커지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압박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말 이후 PF우발채무 차환 대응 과정에서 건설사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고, 수익성 부진 및 영업자산 부담으로 차입금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경기 부진으로 인한 본PF 전환, 착공 및 분양 지연, 시공사의 추가적인 신용보강 등이 PF보증 증가요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지방 주택사업장과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아 향후 공사대금 미회수와 PF우발채무 현실화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상위권 건설사들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분양시장 부진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시장 심리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A건설사의 경우 9월말 기준 PF보증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태영건설보다 많다. PF보증 중 83% 가량이 대부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으로 차환부담이 크다. 또 도급사업 PF보증 4조9000억원의 약 70%가 미착공사업장으로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율은 212.7%에 달한다. B건설사는 공사원가 부담과 미분양 관련 손실로 인한 실적 악화, 재무부담 가중 등으로 지난달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올해 3분기 누적 9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사비 소요 등으로 순차입금은 지난해 12월 482억원에서 올해 9월 237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PF 관련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 제2 금융권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자산건전성 제고 노력과 함께 PF대주단협약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PF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대책회의에서 "부동산PF 사업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관계부처 종합 지원 대책도 추가로 수립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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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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