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임차주택' 임원이 쓰면 "보호대상 아냐"

2024-01-10 11:05:52 게재

대법 "계약갱신권 행사 못해"

"임대차보호법상 '직원' 아냐"

중소기업 법인 명의로 빌린 주거용 건물의 경우 직원이 아닌 임원은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인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 해당해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법인 소속 직원이어야 하며,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은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임대인 A사(부동산 회사)가 임대차계약 당사자인 임차인 B사(중소기업)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A사)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 B사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친 C씨는 피고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달리 이 사건 조항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B사는 A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500만원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빌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해당 부동산에서는 B사의 대표이사인 C씨가 거주했다.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자 A사는 계약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B사는 이에 맞서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임대차보호법 3조3항에 따라 '중소기업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도 이 같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A사는 2021년 11월 B사를 상대로 건물을 비우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법에 적힌 '직원'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도 포함하는지였다. 1심은 포함한다고 보고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반면, 2심은 '직원'에 임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건물을 비워주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자연인만을 대상으로 한 원칙의 예외를 두게 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고려하면 '직원'에 법인 소속 근로자들 외에 대표이사 등 임원들까지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임대차법이 그 보호범위를 자연인인 임차인에서 중소기업 소속 직원들로까지 확대한 것은 원거리에 거주하는 소속 직원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피고 중소기업은 대표이사 C씨와 그의 배우자가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임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3조 3항에 정한 '직원'은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 대표이사·사내이사를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관련 법령의 문언과 법체계에 부합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만 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하기 위해 '주거용 임차'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직원이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하면 족하고 업무 관련성, 임대료 액수, 지리적 근접성 등 다른 사정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라며 항소심 판결에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원심 판단은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정한 '직원' 및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의미부여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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