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 사건 왜곡 공보장교 무죄

2024-01-11 11:12:05 게재

대법, 직권남용 해당 안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보도 후 공군에 비판적인 여론을 돌리기 위해 공보장교가 이 중사와 통화했던 동료에게 통화 녹취파일을 요구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훈공보실의 공보장교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21년 6월 '상관이 (사망자의) 신고를 제지했다'는 보도로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사망자가 신고를 망설였다', '사망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없었다'는 내용의 다른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이 중사와 통화했던 또 다른 중사에게 통화 녹취파일을 요구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통화 당사자에게 소속 대대장과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실제 상관에게 전화를 걸어 녹음파일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도록 만든 것으로 군 검찰은 판단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들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형법은 제123조에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이들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군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역시 당시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인식하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점, 오보에 대응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직권 행사의 목적이 부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은 또 대대장과 동기라는 등의 발언만으로 이 중사와 통화 당사자가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실제 압박감을 느끼게 해 녹취록 제공에 동의하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해도 자료 제공 협조 요청 권한 자체를 남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위나 직책,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해 이들의 무죄를 확정했다.

한편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 받은 장 모 중사가 2차 가해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지난해 11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장 중사에게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장 중사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이 중사는 장 중사의 범행 이후 같은 해 5월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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