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

2024-01-11 11:32:59 게재

"6개월 내 200억달러 유입 … 중장기적으로 총 1000억달러 가능"

자산운용사 마케팅 활동 본격화 … 수수료 인하경쟁 치열해질 듯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함에 따라 대규모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자산운용사들의 마케팅 활동도 본격화되면서 운용 수수료 인하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급성장 전망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 거래가 가능하다. 이번에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을 비롯해 인베스코(Invesco),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위즈덤트리(WisdomTree), 발키리(Valkyrie), 피델리티(Fidelity),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Ark Investment Management), 비트와이즈(Bitwise) 등 11개 운용사가 신청한 상품들이다.

시장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시장의 급성장을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와 함께 비트코인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갤럭시 디지털은 미국의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가 출시 후 첫해 약 14조달러(약 1경8445조원), 이듬해에는 26조달러(3경4255조원), 3년째에는 39조달러(5경138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올해 말까지 43만7000~132만비트코인, 현금 가치로는 최대 1000억달러(133조원) 규모의 자금이 현물 ETF에 몰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1억3200만원)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점이 일종의 혁신"이라며 "현물 ETF로 인해 수급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거래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경우 비트코인을 약 40만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180억달러에 해당한다.

전세계 가상자산거래소에는 약 2백만개의 비트코인이 있으며 이는 약 920억달러에 달한다. 홍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보인다"며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달러 유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추세적인 상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글로벌 디지털 수석 분석가 가우탐 추가니는 "여러분은 우리만큼 비트코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보는 냉정한 시각은 사이클의 전환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현물 ETF 승인과 더불어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로 비트코인 가격이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로 주어지는 공급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시기로, 시장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4월로 예상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상장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1년새 160% 넘게 오른 상태다.

◆차익실현으로 대규모 매물 관측도 나와 =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 영향력이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모두 승인할 경우 이들 ETF의 수익률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4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 되어 향후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또 현재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나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 등 관련 상품의 자금이 현물 ETF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때 오랜 기간 현금화 방안을 모색했던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 JP모건은 "GBTC의 현물 ETF 전환이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의 대규모 매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또한 "오늘 위원회의 결정은 증권이 아닌 비트코인을 보유한 현물상장지수상품(ETP)에 국한되어, 위원회가 앞으로 암호화폐 자산증권의 상장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지도 선점 위한 경쟁 본격화 = 한편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인지도 선점을 위한 마케팅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자금 확보를 위한 수수료인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운용사들은 경쟁적으로 운용보수를 낮추면서 투자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가 연 0.2%로 가장 낮은 보수비용을 책정하고 있다.

블랙록은 연 0.25%로 보수비용을 책정했지만 12개월 간 첫 50억달러에 대해 보수비용을 연 0.12%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비트코인 보유량의 0.80%를 청구하겠다고 밝힌 아크인베스트는 처음 6개월 동안 또는 ETF의 자산이 10억달러에 도달 할 때까지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이후에는 수수료가 0.25%로 책정될 예정이다. 인베스코도 마찬가지로 6개월 또는 펀드의 첫 50억달러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하고 0.59%로 정산키로 했다.

나머지 자산운용사들도 ETF 출시 초반에 보수비용 면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이들 ETF 상품 설계는 대부분 비슷한 만큼 초기 경쟁을 수수료 등 운용 보수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홍 연구원은 "ETF는 1위 ETF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초반 자금 확보 위한 보수비용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치를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보수비용 전쟁과 마케팅 전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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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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