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근무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근로자 인정

2024-01-12 11:12:47 게재

대법 "일방적 계약해지는 부당해고"

계약을 갱신하면서 3년 넘게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근로자로 인정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이며,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가 KB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KBS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지역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거나 TV·라디오 뉴스 등을 진행했다.

2018년 12월부터는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다른 지역방송국으로 옮겨 일했는데 이는 해당 방송국의 인력 부족 탓이었다. 당시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2018년 12월부터 인력 충원 또는 프로그램 개편 시까지'라고 적혔다.

지역방송국은 이후 신규 인력을 채용한 뒤 A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고 2019년 7월 7일부터 업무에서 배제했고 A씨는 이에 반발해 근로자임을 확인시켜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 규칙·복무규정 적용을 받으며, 사용자가 업무를 지휘·감독하는지 등을 따진다.

A씨는 방송국과 체결한 계약의 형식은 프로그램 출연이었지만 실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방송국에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 승소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2심 재판부는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고 피고가 기간만료 사유로 들고 있는 사유는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가 대부분 방송국의 지휘·감독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다른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회사에 전속되어 있었던 점, 근무 일정이나 장소를 방송국이 정했으며 방송 출연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받은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 잘못이 없다"며 방송국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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