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부동산PF 사업장별' 대주단 협의회 구성

2024-01-12 11:19:13 게재

브릿지론 사업장 상당수 경·공매로 정리 수순 전망

워크아웃 반대 채권자, 매수 청구권 행사 가능성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개시가 12일 결정되면서 채권단은 회계법인을 선정해 신속하게 자산부채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개 입찰 절차를 거치치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회계법인 선정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핵심은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이다. 전체적인 평가를 거쳐서 사업성이 낮고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사업장은 정리 수순을 거쳐야 한다.

1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이 개시됨에 따라 PF사업장별로 PF대주단은 PF대주단협의회를 구성, 태영건설과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중 분양이 완료된 주택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당초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분양 진행 중인 주택 사업장은 분양율을 제고해 사업장을 조기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태영건설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를 보유한 PF사업장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총 60곳이다. 본PF 사업장 42곳, 브릿지론 18곳이다.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PF사업장 전반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본PF 중 분양율이 70% 이상인 곳과 공사진척도가 높은 곳은 별도의 평가 없이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비주거용 PF사업장과 브릿지론 사업장은 엄정한 사업성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브릿지론 사업장 상당수가 계속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론 사업장은 개발 사업 초기 토지 매입 잔금 등을 위해 대출을 받은 곳으로 아직 미착공 상태다. 인허가를 받은 이후 본PF로 브릿지론을 상환한 후 공사가 본격화된다.

토지 매입 이후 인허가를 받지 못한 브릿지론 사업장은 대부분 정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사업장별 대주단은 사업성 판단을 거쳐 태영건설이 시공을 지속하거나 시공사 교체, 공·경매 등으로 처리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정상적으로 사업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PF정상화 펀드'도 적극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융권에서는 2조200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처리 방향을 놓고 대주단 내부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어 재구조화 작업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공매를 통해 대출 원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후순위 채권자들은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선순위 채권자는 사업장을 정리하더라도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후순위 채권자들은 손실이 커지는 경·공매 보다는 만기연장으로 사업이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

또 공사가 일부 이뤄졌지만 분양율이 저조한 사업장에 대한 처리 방향을 놓고도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입장이 갈릴 수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들이 채권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있다.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대해 채권단의 96.1%가 동의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동의율을 보인 것이다. 반대한 채권자 3.9%는 의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주채권은행에 대해 채권의 종류와 수를 기재해 서면으로 자기의 금융채권 전부를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채권의 매수가격과 조건은 채권단과 반대 채권자가 합의해 결정해야 하지만 채권 매수 주체는 태영건설이다.

산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채무는 직접 채무 1조3000억원, 이행보증채무 5조5000억원, 연대 보증채무 9조5000억원 등 총 16조3000억원이다. 반대 채권자(3.9%)가 모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규모는 6400억원 가량된다.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가 끝나고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채권단 동의 과정에서 반대 채권자들이 더 나올 수 있다. 채무조정과 신규 신용공여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럴 경우 매수청구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다만 매수가격과 조건은 회계전문가가 해당 기업의 가치와 재산상태, 약정의 이행가능성 및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 산정한 결과를 고려해 공정가액으로 정하게 돼 있다.

청구금액 전체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또 공정가액을 놓고 법정 분쟁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태영건설의 직접 부담으로 작용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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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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