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쇼크' 도이치증권·전 임원 무죄 확정

2024-01-17 11:14:24 게재

1·2심, 유·무죄 엇갈려

대법 "공모 인정 어렵다"

외국인 주범 신병확보 실패

2010년 11월 증권 시장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도이치증권 옵션 쇼크' 사건에서 4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법정에 넘겨진 도이치증권과 전 임원에 대해 대법원이 13년여만에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검찰 주장인 '공동정범'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주식파생상품 담당 상무 박 모씨와 도이치증권 법인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공동정범에서 공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도이치증권 옵션쇼크' 사태는 지난 2010년 11월 11일 장 마감 10분 전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에서 2조4400억원어치의 주식을 대량 처분한 사건이다.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이었던 이날 코스피200지수는 도이치증권의 매물 폭탄으로 254.62포인트에서 247.51포인트로 7.11포인트 급락(2.79%↓)한 채 장을 마쳤고,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 전날 주가 하락 시 수익을 올리는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코스피200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대량 매수한 뒤, 만기일인 당일 임의로 주가를 조작해 약 449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을 주도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부문 상무 영국인 데렉 옹(Derek Ong) 등 외국인 3명과 박씨를 2011년 8월 기소했다.

검찰은 외국인 주범 3명에 대해 불구속기소하고 인터폴에 수배했지만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기소 후 4년 넘게 공전하다가 2016년 1월 박씨와 도이치증권 법인만 먼저 1심 판단을 받았다.

1심은 2016년 1월 A씨에게 징역 5년, 도이치증권에 대해서는 벌금 15억원을 선고하면서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에 대해서도 각각 추징금 436억9000여만원, 11억8000여만원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박씨와 도이치증권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박씨가 투기적 포지션 구축을 미리 알았고, 그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 행위가 유죄임을 전제로 한 도이치증권의 행위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한다"고 판결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도이치증권과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한편 외국인 피고인 3명은 재판시효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2036년 8월까지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소시효(15년)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없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