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원화 연일 추락 … 코스피 2400 위협?

2024-01-18 11:26:39 게재

원달러 환율 다시 1340원대로 치솟아

조기 금리인하 기대 후퇴로 금리 상승

코스피, 실적우려·지정학적 위기 겹쳐

정부 증시 부양책 쏟아내도 속수무책

올해 국내 증시와 원화값이 연일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12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한 10거래일이나 하락한 코스피는 2450선 마저 무너지며 작년 12월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작년 말 128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로 채권금리와 달러는 다시 상승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 상장사 실적 저하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더욱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강보합세 출발 | 코스피가 소폭 반등해 2440선에서 장을 시작,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했다. 사진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혼조세 보이는 증시 = 18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뚜렷한 방향성 없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1.42포인트(0.06%) 상승한 2437.32에서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4.06포인트(0.17%) 오른 2439.96에 개장한 뒤 2429∼2444선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1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726억원, 7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5%), S&P500지수(-0.56%), 나스닥종합지수(-0.59%)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크리스토프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 발언의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12월 소매판매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를 위축시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일주일 전 64.7%에서 이날 55.7%로 낮아졌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49포인트(0.66%) 상승한 838.54다. 지수는 전장보다 0.96포인트(0.12%) 오른 834.01에 출발한 뒤 잠시 약세를 보였다가 다시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111억원, 208억원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개인은 296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 주요 20개국 중 꼴찌 = 지난해 11~12월 오름세를 지속했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 12거래일 동안 단 이틀을제외하고 모두 하락하면서 두 달 만에 다시 2450선 아래로 내려섰다.

코스피는 지난 2일 고점(종가 2,669.81) 대비 8.76%(233.91포인트) 하락해 11~12월 상승분(17.20%·391.82포인트)의 60%가량을 반납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연초 잠시 조정을 받은 뒤 반등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주가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꼴찌다.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올라 지난해 11월2일(1,342.90원) 이후 두 달여 만에1,34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4원 오른 1,344.2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56.20원(4.36%) 올랐다.

채권시장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5%까지 올랐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3.80%대로 떨어졌다 다시 4.1% 근처로 상승했다.

작년 말 3.1%대였던 우리나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4.2bp(1bp=0.01%포인트) 올라 연 3.277%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위기에 국내 금융시장 충격파 커 =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충격파가 더 커졌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하락은 무엇보다 환율 영향이 크다"며 "최근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에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양안 관계 갈등 전망, 북한 김정은의 대한민국 주적 발언, 여기에 미국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등이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특히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데 환율까지 치솟아 외국인 한국주식을 팔게 만드는 상황"이라며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폴리코노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대만 총통선거 이후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고미국 경선을 지켜보며 우려감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지난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가 과했기에 기대심리가 정상화되면서 코스피가 하락한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외에 국내 대북 리스크도 최근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당분간은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급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 금리 상승에 트럼프의 (아이오와주 공화당) 경선 승리, 장중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1월까지는 증시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증시 관련 감세정책 발표 등 부양책을 쏟아내도 속수무책으로 보인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당장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매크로 모멘텀이 개선되면서 상승세가 나타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연초 코스피 8.3%↓… 환율 4.4%↑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