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뒤 도망 시도 "도주미수죄 적용 가능"

2024-01-19 11:11:04 게재

원심 무죄 뒤집고, 대법,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검사가 인치 지휘했다면 영장 집행된 것"

법정구속 후 대기실에서 도망을 시도했던 피고인의 경우 구속영장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도주미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재판 중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피고인 A씨가 대기실에서 도주한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9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18년 5월 서울남부지법 형사 법정에서 준강제추행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영장에 의해 법정구속 됐다.

A씨가 법정구속될 경우를 대비해 당시 법원엔 구속영장을 집행할 사법경찰관 B씨가 와 있는 상태였다. 서울남부구치소 소속 교도관들은 A씨를 교도소로 옮기기 전 임시로 피고인 대기실로 안내했고,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A씨가 돌연 대기실 출입문을 열고 법정으로 뛰어들어갔다. A씨는 재판 관계인석과 방청석을 지나쳐 법정 출입문 방향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문 근처엔 다른 피고인들을 붙잡고 있던 또 다른 교도관들이 있었고, 이들에게 붙잡힌 A씨의 도주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검찰은 A씨가 법률에 의해 체포된 후 도주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며 도주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 145조는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149조는 도주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정한다.

이 재판에서는 A씨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는데, A씨가 도주를 시도한 것은 사법경찰관을 만나기 전이었으므로 구속영장이 집행돼 구금된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선고기일에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법정에 재정한 검사의 집행 지휘에 의해 피고인 대기실로 인치되어 신병이 확보되었다면 피고인은 도주죄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검사가 법정에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전달받아 교도관 등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인치하도록 지휘했다면 집행 절차는 적법하게 개시된 것으로 볼 수있다"며 "교도관이 법정에서 곧바로 피고인에 대한 신병을 확보했다면 구속의 목적이 적법하게 달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9년 1월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C씨는 법정구속이 선고되자마자 법정 경위 등을 따돌린 후 달아났다가 다음날 자수했지만, 경찰은 도주죄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와는 달리 교도관이 A씨를 대기실로 인치한 순간 구속영장은 적법하게 집행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검사에 의해 적법하게 집행 지휘가 이뤄져 피고인에 대한 신병확보가 이루어졌다면 그 피고인은 형법(제145조 제1항)상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최초로 명확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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