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면접시 직무 무관한 장애 질문은 차별"

2024-01-22 11:19:01 게재

대법 "장애인 차별행위, 불합격 취소"

장애인 고용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했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장애인 A씨가 경기도 화성시와 화성시인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신장애인 A씨는 화성시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해 지원자 중 유일하게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2020년 9월 면접 단계에서 탈락했다.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은 장애의 유형이나 등록 여부, 약 복용 여부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이후 A씨에게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이 낮다며 '미흡' 등급을 줬다. 이어진 추가 면접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미흡 등급으로 분류돼 A씨는 결국 불합격했다.

A씨는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화성시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국가배상법에 따른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이 원고에게 장애와 관련된 질문들을 한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면접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지만, 추가 면접시험에서 원고에 대한 차별행위가 시정돼 최초 면접시험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최초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이 원고에게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질문을 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해당 질문을 통한 면접위원의 판단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법한 최초 면접시험 결과가 최종 면접시험 등급이나 최종합격자 결정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적법한 추가 면접시험을 이유로 최초 면접시험의 하자 치유를 인정하면 그 응시자에게 불리하다"며 "적법한 추가 면접시험으로 최초 면접시험의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고용 과정에서의 차별금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공정한 참여 및 경쟁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면접시험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취지 등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시험에서의 질문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사용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용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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