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 '한동훈 지우기' 나선다

2024-01-23 11:20:11 게재

법무부장관에 박성재, 이르면 오늘 지명

'친윤' 대검차장 신자용-검찰국장 권순정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친윤' 인사가 법무부와 검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 퇴임 이후 한달 넘게 공석이었던 법무부장관에 윤 대통령과 친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17기)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검 차장검사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을, 검찰국장에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앉혔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들이다.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 '한동훈 지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통령실과 법무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재 전 고검장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한동훈 전 장관(연수원 27기)이 퇴임한 뒤 한달 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7년 박성재 당시 서울고검장이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전 고검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장관에 임명될 경우 한 전 장관보다 연수원 기수나 나이 모두 10년이나 높아지게 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표출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친윤(친윤석열)' 구축에 발빠르게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안팎에선 총선까지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장관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총선 전에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을 여권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박 전 고검장을 서둘러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을 조기에 임명해 법무부·검찰 조직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도권 지검 한 간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로 갈등 관계를 가져갈 분들이 아닌데, 옆에서 보기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18일 법무부 차관을 이노공 전 차관에서 심우정 현 차관으로 교체한 데 이어 새 법무부 장관도 박 전 고검장으로 낙점하면서 '한동훈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고검장은 대통령실이 '포스트 한동훈' 체제를 구상할 당시 처음으로 인선안에 올랐던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대구지검 초임 형사부 검사 시절(1994년 3월~1996년 2월) 옆 부서에서 지낸 박 전 고검장(1994~1996년 대구지검 검사)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2014년 1월~2016년 1월)에 좌천됐는데, 당시 대구고검장(2013년 12월~2015년 2월)이 박 전 고검장이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문무일 당시 부산고검장(연수원 17기)이 내정되면서 박 전 고검장이 서울고검장에서 사직하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퇴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고검장은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퇴임사를 남겼다.

박 전 고검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검찰청 감찰2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요직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박 전 고검장은 검찰 '특수통'으로 다수 기업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박 전 고검장은 2006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시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또 해태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해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기소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에는 경남기업과 포스코그룹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장관 인선을 두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박 전 고검장과 이원석 총장도 검사 시절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고검장이 2006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시절 이 총장이 같은 부서 검사로 재직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를 법무부와 검찰 내 요직에 임명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연수원 28기)을, 법무부 검찰국장엔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연수원 29기)을 각각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18일 사퇴하고, 심우정 전 대검 차장이 19일 법무부 차관으로 옮긴 것에 따른 후속 인사다.

신 신임 차장검사는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되고 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으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권 신임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아 보좌했다.

이재걸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