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훈풍에 미·일 증시 훨훨 … 역대 최고

2024-01-23 11:16:11 게재

다우 첫 3만8천선 돌파 마감 … 닛케이지수 34년 만에 최고치

글로벌 증시 올해 '-0.9%' 하락 … 신흥국 증시 하락률 '-3.5%'

코스피 작년말 대비 7.2% 하락 … 반도체 효과 제대로 못 누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이 불면서 주요국 반도체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우려로 반도체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흥유럽과 신흥아시아국가, 특히 중화권 국가의 증시도 하락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 =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138.01포인트(0.36%) 오른 3만8001.81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선을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62포인트(0.22%) 상승한 4850.43으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49.32포인트(0.32%) 오른 1만5360.29로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들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 재조정에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과 그에 따른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미기업경제협회(NABE)의 실시한 최신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50% 미만으로 전망했다. 컨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대비 0.1% 위축됐지만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을 확산시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와 미국 대형 기술주 7개종목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 실적 대기 심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의 신고가 경신 효과와 경기지표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 등으로 외국인들의 수급 환경은 개선된 상황"이라며 "최근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증시,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 =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가 22일 거품(버블) 경기 이후 약 34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2% 오른 36,546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올해 들어서는 9.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는 23일에도 오름세로 장을 출발하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일본 증시 상승은 미국 증시의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세가 폭넓게 확산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신흥 유럽 신흥 아시아 하락률 높아 = 하지만 전 세계 증시는 연초 이후 -0.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 -0.2% 하락한데 반해 신흥국은 -3.5%로 하락률이 더 높았다. 권역별로는 신흥유럽과 신흥아시아국가의 하락률이 높았다. 이 중에서도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인 H주들이 제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섹터별로 부동산(-14.3%), 헬스케어(-14.1%), 필수재(-13.6%), 경기재(-13.4%) 등 에너지를 제외한 전 섹터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이투자증권은 중화권 증시의 추락 속도가 공포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2일 중화권증시는 상하이 증시가 2.7% 하락했고 선전종합지수는 4.5%의 폭락세를 보이면서 급락헤를 보였다.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 역시 각각 2.3%, 2.4%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상하이 증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화권 증시는 연초 이후 하락폭이 12~13%대로 지난해 연간 하락폭에 근접하는 수준임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증화권 증시 급락의 빌미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이었으나 근본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의지에 대한 실망감이 투매로 이어진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행뿐만 아니라 리창 총리 역시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발언을 하는 등 중국 경기의 반등 불씨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중화권 영향 받는 한국 증시 = 문제는 한국 증시가 중화권 증시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들은 올해 들어 -5.6% 하락하며 홍콩, 포르투갈, 폴란드, 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국도 전 섹터 하락했으며 하락률이 컸던 섹터는 소재(-12.7%), 에너지(-11.5%), 경기재(-8.8%), 산업재(-7.2%) 등이다.

실제 미국발 기술주 훈풍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아직도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향후 코스피지수가 5%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로 시장 금리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사그라들고, 중동과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심리가 점증한 가운데 글로벌 대외 수요 불안에 따른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국 제조업 경기의 부진과 더불어 기대했던 대중국 수출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연초 국내 수출 반등 모멘텀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중화권 증시의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2분 현재 전날보다 1.4원 오른 1340.3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9원 오른 1,339.8원에 출발해 1,340원을 전후로 등락 중이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상승하며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환율전문가들은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약세 등에 따른 국내 증시 하락, 아시아 통화 약세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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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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