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세금 깎아줬더니 투자는 줄고 재정 악화

2024-01-25 11:24:44 게재

작년 설비투자 217조8000억원, 전년보다 2.6% 감소 추정

임투 연장·R&D공제 상향에 내년 세수 1조6천억 추가감소

양경숙 "정부 감세안 효과 불분명, 세법 면밀히 심사해야"

지난해 정부가 기업의 투자 증액분에 대해 세액감면을 했지만, 기업 투자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연장과 일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내년 세수가 1조6000억원 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감면해줬지만, 투자는 늘지 않고 재정상태만 악화시킨 셈이다.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 |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투를 연장할 경우 올해 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액은 2조8743억원으로 추정됐다. 연장하지 않았을 때 공제액(1조4234억원)과 1조4508억원 차이다. 임투를 연장하면 내년에 세수가 추가로 1조45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세수 감소 얼마나 = 또 일반 R&D 증가분의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할 경우 내년 세수는 추가로 1539억원이 줄었다. 상향했을 때 공제액은 7476억원,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공제액은 5937억원이었다. 임투 연장과 일반 R&D 공제율 상향으로 모두 1조6047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드는 셈이다. 예정처는 세액공제율 변화로 기업의 투자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예산서와 국세청 자료 등을 바탕으로 두 정책의 세수 효과를 추정했다.

◆기업 투자하면 최대 28% 세액공제 = 앞서 정부는 작년에 한시적으로 적용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시설투자에 추가로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일반투자는 최대 12%, 신성장·원천기술은 최대 18%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최근 3년 평균 투자액과 비교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일반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상향했다. 일반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올해 말까지 10%p 올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늘어난 투자에 대해 6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임투 연장과 일반 R&D 공제율 상향은 모두 국회 입법 사안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법인세 수입에 영향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 새 각종 감세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일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15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17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및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 등 굵직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추가 정책도 예정돼 있다.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재의 8000만원(매출기준)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가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는 매출액이나 업종에 따라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뉜다. 간이과세자는 세율이 1.5~4.0%다. 일반과세자(10%)보다 낮게 적용된다. 기준을 상향조정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세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세수는 줄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매출기준을 4000만원에서 8000만원을 올렸을 때 세수가 연평균 2245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한달간 정부와 공기업이 추가로 세금을 깎아주거나 지원하는 규모만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증대효과 '글쎄요' = 하지만 한편에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투자 증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작년 1월 정부는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임투를 재도입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의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는 217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 감소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조업만 따지더라도 올해 투자 전망치는 120조1000억원에 머물러 지난해(131조4000억원) 대비 8.6%가 줄었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추가 세금감면을 받는 반도체도 올해 설비투자액은 51조800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54조6000억원보다 5.1% 감소했다. 결국 임투 도입에도 투자 감소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양경숙 의원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투자유인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실제로 설비투자 증대에 큰 효과가 없었다"면서 "세법 심사 때 효과가 불분명하면서 세수만 줄이는 정부의 감세안에 대한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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