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줄줄이 무죄 … 검찰 '곤혹'

2024-01-29 11:03:25 게재

양승태 무죄에 "무리한 수사" 비판 제기

검찰 "판결문 분석 뒤 항소 여부 결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사법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관련자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법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소리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다소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해도 형사처벌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이 무리하게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를 엄격하게 따져본 것 같다"며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검찰이 너무 광범위하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1심 재판에서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검찰이 기소한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박·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1·2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는 11명으로 늘어났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등 전·현직 판사 6명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로 사법농단 실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다음달 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라도 유죄를 받은 피고인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 뿐이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 아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를 대거 투입해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3차장으로 수사팀장을 맡았었다. 수사 전반 실무를 담당한 것은 당시 특수1부장이었던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다.

검찰은 수사 개시 한 달만인 2018년 7월 21일 임종헌 전 차장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0월 27일 그를 구속했다. 같은 해 11월 1일 박 전 대법관을, 같은 달 23일에는 고 전 대법관을 각각 소환했고 이듬해 1월 11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2주 뒤인 1월 24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하지만 사법농단 관련자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은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직권남용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판결 결과와 전망] '양승태 무죄' 실무 책임자 임종헌 유죄?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