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민주당 출마거론 이성윤(전 서울고검장) 징계위원회 회부

2024-01-30 11:12:20 게재

국민의힘 예비후보 김상민 검사와 형평성 논란

여권 "뭐가 문제냐" … 징계 청구 대검과 입장차

현직 검사의 총선출마 관련 언행에 대해 검찰총장이 중징계를 청구한 가운데 법무부가 야당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검사에 대해선 공시송달로 징계 일정을 잡았지만 여당 출마 예비후보에 대해선 아직 징계위 일정이 공개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징계를 받을 경우, 당내 공천이나 총선에서 정치적 도덕적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30일 관보에 '송달불능에 따른 공시송달'을 게재하고 이성윤(고검장·사법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징계 사건을 심의하기 위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다음달 14일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차관 회의실에서 연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고 윤석열정부 출범후 윤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며 각을 세워왔다.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가 거론된다.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 이유에 대해 "2023년 1월 17일쯤부터 같은 해 11월 28일쯤까지 8회에 걸쳐 사회관계망(SNS) 게시글, 언론 등 인터뷰를 통해 검찰 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저해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와 교류함으로써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 4일 법무부에 이 위원에 대해 검사윤리강령에서의 '청렴과 명예' 위반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요청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조 국 전 법무부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되는 윤석열 사단의 무도한 수사방식'이라고 발언해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책 '꽃은 무죄다'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과 윤석열 사단을 얘기하는데 그건 인적 청산의 문제"라며 "검찰개혁이 성공했다면 이런 무도한 검찰 정권은 안 생겼을 것이라 확신한다. 제도적인 근본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려던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2022년에도 정직 요구 징계가 청구된 바 있다.

다만 징계 사유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 징계심의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에 따라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무죄가 선고됐는데 무슨 징계냐"며 불출석했다. 최근 2심 법원도 이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검찰청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현직 정치인들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으로 중징계를 청구한 두 현직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위에 회부됐지만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 공석이지만 법령에 따라 차관이 대행하여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된다"며 "검사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현직 검사 신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고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민(35기) 대전고검 검사에 대해 법무부에 중징계를 청구했다. 또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대범(33기) 광주고검 검사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청구됐다.

김 검사는 경남 창원의창구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고 박 검사는 출마를 포기했다.

대검은 당시 "두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행위를 확인한 즉시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해 중징계를 청구했고, 향후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9월 추석 때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를 지역민들에게 보낸 것이 알려져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검사는 당초 해당 문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대검 감찰위원회의 검사장 경고 의결이 있던 지난달 28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지난 6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뒤 크게 화를 내며 추가 감찰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김 검사를 대전고검으로, 박 검사를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처했다.

박 검사는 감찰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반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별도 사의 표명 없이 직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황운하 판례'에 따라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사퇴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하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 아울러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됐거나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선거 기간 검사의 현직 신분도 유지된다.

한편 여권 내에서는 이원석 총장이 김 검사의 출마강행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것에 대해 "뭐가 문제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김 검사 출판기념회에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권성동·안철수·양금희 국회의원이 영상으로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