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특별자치단체는 특별한가

2024-01-31 11:51:15 게재

우리나라 자치단체에 수도 서울을 제외하고 '특별'한 광역자치단체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06년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부터다. 그 후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가 잇따라 출범했다.

이제 서울을 포함해서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5곳이 '특별'한 곳이 됐다. 앞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까지 출범하면 광역지자체 3곳당 1곳 꼴로 '특별'한 곳이 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도 이제 '특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일까.

제주특별자치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성공 자신 어려워

특별자치시·도는 일반적으로 시·도에 부여된 권한과 달리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 지역이다. 따라서 지역 특성에 부합한 특례를 부여받아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특별한 지역을 의미한다. 특별자치도 설치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한다. 헌법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로 분류했다. 수도인 서울특별시와 더불어 특별자치도 및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 따라서 서울을 제외한 4개 특별자치시·도 모두 특례를 규정한 개별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도가 출현한 것은 그간 우리나라 경제를 성장시켜 온 중앙정부 주도의 특정산업·수도권 중심 개발이 더이상 세계경제 패러다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 노동 상품 서비스 정보 등이 국경의 경계 없이 이동하는 세계화다.

가장 먼저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이런 흐름에 맞춰 지방분권과 국제자유도시를 목표로 삼았다. 이는 특별법 제1조에도 반영됐다. 특별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타 시·도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받았다.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하고 제주자치도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하는 자치분권모델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2006년 출범 당시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과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했다. 대신 행정 지원을 맡는 기구로 자치시가 아닌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설치했다. 국가사무 4600여건을 이양받았고 자치사무 및 자치입법권 확대, 재정자주권 강화, 교육·자치경찰의 선도적 실시,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등이 이뤄졌다.

특별자치도로 전환된 효과들은 일부 지표에서 나타났다. 제주도의 지역내총생산은 2006년 8조6999억원에서 2023년에는 21조481억원으로 2.4배가 됐다. 관광객수는 2006년 531만명에서 2023년 1334만명으로 2.5배 늘어났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2022년 48억5900만 달러로 2006년에 비해 46.2배나 증가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성공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방분권과 국제자유도시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권한이양에도 불구하고 최종입법권이 중앙정부에 있고 권한이양에 따른 재정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중앙정부에 종속된 자치만이 허용된다는 의미다.

이는 재정자립도 지표에서 잘 나타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는 29.9%에서 3.4%p 늘어난 33.3%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인 50.1%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른 자치단체와 다르게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규제완화 등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별자치도 됐다고 지역경쟁력 저절로 높아지지 않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만 하더라도 '특별자치도'는 특별하다고 여겨졌다. 새로운 국가운영방식이고,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럼에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이에 비해 강원·전북 특별자치도는 자치조직·인사권뿐 아니라 재정·산업특례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고 지역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조직·인사권 자율성 확대 △안정적 재원 마련 △실효성 있는 특례 발굴을 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다른 자치단체와 협력해 실질적 지방분권을 추진하는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라는 역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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