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 … 당국, 규제 강도↑

2024-02-08 13:00:02 게재

빗썸, 제휴은행 변경 추진 … 당국, 부정적 입장

‘NH농협은행 → 국민은행’ 갈아타기 어려울 듯

7월 가상자산법 시행 … “위법사례 엄중 대처”

국내 2위 코인거래소인 빗썸이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점유율 확대에 나선 이후 제휴은행 변경 추진 등을 통해 시장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들썩였던 코인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금융당국은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종료하고 제휴은행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변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당국과 코인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현재 코인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NH농협은행과 맺고 있지만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빗썸과 NH농협은행은 내달 24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B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신사업 진출 등 영업확대를 위해 빗썸과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금세탁 위험성에 대한 우려 등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악수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에 참석해 두나무 이석우 대표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원화마켓 신규 진입 엄격히 제한 = 빗썸은 제휴은행 변경을 통해 가입자 확대 등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계좌발급이 까다롭다는 NH농협은행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휴은행 변경은 단순히 빗썸과 은행과의 계약 체결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 수리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FIU는 현재 NH농협은행의 자금세탁방지 노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어서 빗썸의 제휴은행 변경이 불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절차상으로는 빗썸이 은행을 변경해 실명계좌발급 계약을 체결하고 FIU에 신고하면 되지만, 불수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전에 금융당국의 의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FIU는 최근 코인거래소가 대표·임원을 교체할 때 FIU의 변경신고 수리를 거쳐야만 새로운 대표·임원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해 입법예고했다. 또 FIU가 심사 중단을 통보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해 입법예고를 진행 중이다.

신고·수리의 문턱을 높인 이유는 세계 1위 코인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국내 코인거래소인 고팍스 지분을 72% 이상 취득했다. 대주주 변경에 따라 대표이사 변경신고를 FIU에 냈지만 1년 가량 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FIU는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43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등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계속된 심사 연장으로 사실상 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바이낸스의 영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최근 고팍스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인시장에서 원화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5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코팍스)뿐이다. 금융당국은 엄격한 심사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더 이상 신규 승인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과 실명계좌발급 계약을 체결해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전망됐던 한빗코도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코인거래소 4월까지 내부통제 강화 의무 =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둔 금융당국은 코인시장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이어 불공정거래(시세조종 등) 방지를 위한 코인거래소의 내부통제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개 가상자산사업자(코인거래소) 대표이사와 간담회를 열고 “법 시행 이후 위법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감독당국은 중점검사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법시행 전까지 사업자들이 내규를 제·개정하고 이상거래 감시조직과 거래지원 ·심의·의결기구 등을 조직하고, 이상거래 상시감시 시스템과 보고시스템을 4월까지 구축하는 내용의 준비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마무리하는 등 법 시행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감독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는 가상자산 종류별로 총 수량에 최근 1년간 1일 평균 원화환산액을 곱한 금액의 총합을 말한다.

또 인터넷과 분리해 보관하는 가상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의 일정 비율(경제적 가치 5% 이상)을 보상한도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원화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원, 코인마켓 거래소와 지갑·보관업자 등은 최소 5억원이다.

한편 코인 관련 불공정거래(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이 금지되며, 위반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형사처벌의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부과가 가능해진다.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부당이득액의 2배에 상당하는 과징금 부과도 가능해진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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