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 한국지점, 본국 납부세금 공제 안돼”

2024-02-19 13:00:20 게재

대법 “사업장 소재지국이 먼저 과세”

중국은행 358억 세금소송 최종 패소

국내 사업장을 둔 외국법인이 한국이 아닌 외국(거주지국)에 위치한 본사에 납부한 세금을 외국납부세액으로 보고 이를 공제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은행은 서울지점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사업자에게 대여하고 이자 소득을 얻었다. 이 소득은 서울지점에 귀속됐다.

중국은행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법인세를 납부하면서 중국 정부가 원천징수한 소득 10% 상당을 공제했다.

법인세법에 따라 외국 법인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는 외국에 납부한 만큼을 공제하고 납부할 수 있다. 이를 외국납부세액공제라고 한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외국 법인이 해당 법인의 본점이 있는 국가(거주지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해석이 엇갈렸다.

세무당국은 공제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중국은행이 2011~2015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소득에 가산세를 더해 358억7000만원을 법인세로 부과했다. 중국은행은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서울지점의 소득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 신고에 있어서도 외국납부세액공제에 대한 법인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2심은 원심을 뒤집고 중국은행이 법인세를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국은행 서울 지점이 금융업 활동을 영위하면서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이 사건 중국거주자들에게 예금 또는 대여하여 얻은 이자이기 때문에 한·중 조세조약 11조 제1항,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중 조세조약과 국내 법인세법 규정에 따라 “중국은행의 거주지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 소재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이 사건 소득에 대해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어 “이중과세 조정은 그 후 중국이 과세하면서 우리나라에 납부한 세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며 “소득에 대해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령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일본에서 이익을 얻은 뒤 일본에 법인세를 냈다면 한국에 법인세를 낼 때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본점이 있는 중국에서 이익을 얻고 중국에 법인세를 냈다면 이 경우 한국이 먼저 과세한 뒤 이를 중국에서 사후 공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 법인이 거주지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해당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에 관해, 법인세법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의 가부와 관련된 판단기준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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