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관용·협업 정치 시작하겠다 … 소통정치 앞장”

2024-02-20 13:00:02 게재

홍익표 원내대표 연설 … 여당 비판 앞 자기성찰 내놔

“극단적 대립·증오·혐오에 포획 … 민주당도 책임” 사과

‘정치의 사법화’ 비판하며 ‘정치 복원의 필요성’ 강조

‘이 시대 지도자’ 요건으로 협력·조정·소통 리더십 제시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목과 갈등을 양산하고 확대하는 국회의 현실에 대한 반성을 쏟아내면서 “관용과 협업의 정치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러고는 “민주당이 시작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나 요구에 대부분의 분량을 쏟아부었던 기존 연설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홍익표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0일 홍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바뀌겠다. 더 잘하겠다”며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가기 위해 대한민국 정치에서 사라진 상생과 협력, 관용과 협업의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오만과 독선으로 정치는 타협과 합의의 기능을 잃은 채 극단적인 대립과 증오, 혐오에 포획되고 있다”면서도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지난 시기 저희는 국민께서 보내주신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어 “소통으로 지혜를 모아 개혁과제들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먼저 국회의 현주소를 성찰했다. 그는 “우리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부족하다”며 “상대가 했던 것은 아무리 좋아도 무시하고 우리가 하는 일은 문제가 많아도 잘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정치는 서로를 조롱하며 극단으로 치달아 대화와 타협의 문을 닫는 나쁜 정치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권력 행사를 자제하는 민주주의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독재와 민주주의 지도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비판에 대한 대응방식’이라고 정치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겪는 민주주의 위기를 심각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경쟁하며 협업하는 정치’를 제안했다. 그는 “보수가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복지와 교육개혁, 노동개혁에 대해 준비가 부족하다면 진보가 협력하면 된다”며 “진보의 정책이 너무 앞서 나가 국민이 우려한다면 보수가 속도를 조절해주면 된다”고 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협력으로 경쟁하는 정치 조정자로서 경쟁하는 진보와 보수가 된다면 우리 국민이 가는 길에 우리 정치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는 전통적 리더십보다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여야 한다”며 협력(Cooperation), 조정(Coordination), 소통(Communication) 등 ‘3C 리더십’을 제시했다. “혼자가 아닌 협력으로 함께 일하고 복잡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갈등을 조정해 내면서 일방적 지시가 아닌 열린 자세로 경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고는 “여·야, 진보·보수의 관용과 협업이 협력과 조정, 그리고 소통의 파트너십을 가진 지도자를 탄생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를 위한 정치 협업 과제’로는 공정 경제, 혁신 경제, 기후위기 대응,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홍 원내대표는 “정책 소유권을 주장하지 말고 자신의 성과로도 내세우지 말며 총선 이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필요한 입법 과정을 진행해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자”며 “관용과 협업의 정치를 바로 오늘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마무리단계에서 홍 원내대표는 ‘정치의 사법화’를 비판하며 ‘느린 민주주의 의사결정’에 주목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발걸음이 느리다”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합의할 수 있는 조각을 찾고 어떻게 하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앙금이 쌓여 국회는 정치가 해결할 문제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일이 많아졌다”며 “지금 ‘법대로’밖에 남지 않은 대한민국 정치는 다시 신뢰를 기반으로 경쟁하고 갈등하며 협상을 통해 타협과 합의의 길을 찾는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며 “이제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가 관용적 태도를 바탕으로 협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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