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법상 누범은 동종 범죄에만 적용해야”

2024-02-21 13:00:00 게재

1·2심 실형 → 대법, 파기환송 “누범 여부 다시 심리”

다수의 처벌 전력이 있더라도 누범 기간 내 벌어진 동일 범행이 아닌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중 절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환송했다고 21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22년 9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교 과방에 들어가 총 7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재물을 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그는 다른 과방에서도 약 4만5200원의 돈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그는 이번 사건에 앞서 2007년과 2012년, 2015년, 2018년, 2019년에 각각 특가법상 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절도 사건에서도 특가법상 절도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가법 제5조의 4는 상습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에 관한 조항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 제333조부터 제336조까지 및 제340조·제362조의 죄 또는 그 미수죄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해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가중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피고인이 절도죄 등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다시 누범기간 중 야간방실침입절도죄 등을 범했다는 점을 들어 각각 1년 4개월, 1년 2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누범 기간 중에 이 사건 각 범행을 한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일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자들의 이어폰이 가환부된 점, 피해금액이 크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8년 준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절도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며 “다른 전과를 살펴 보더라도 피고인이 누범 기간 내 이 사건 각 범행(절도)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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