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조현천 ‘직권남용’ 추가 기소

2024-02-22 13:00:19 게재

내란예비·음모는 ‘혐의없음’

‘허위 사실확인서’ 송영무 기소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기무사(현 국군 방첩사)에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다만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과 관련해 제기됐던 내란음모 등의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문재인정부 시절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 3명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날 함께 기소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김정훈 부장검사)는 21일 조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내란예비·음모, 반란수괴예비·음모, 반란지휘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계엄령 문건 의혹은 지난 2018년 시민단체가 조 전 사령관 등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하며 촉발됐고, 이후 군과 검찰의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한달 앞둔 지난 2017년 2월 기무사에 비밀리에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이 비밀TF에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위헌적 내용을 포함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을 투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계엄사령부가 국가정보원과 국회 등 주요시설을 통제하고 KBS 등 언론 보도를 사전 검열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내란예비·음모 등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내란음모가 인정되기 위해선 국가권력을 배제하고 국토를 점거해 국가의 존립, 안전을 침해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하에,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수의 조직화된 집단이 폭동을 모의해야 한다”며 “또한 이런 모의는 객관적으로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 합치가 명백히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확립된 법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조직화된 폭동의 모의나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 합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실질적 위험성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했다.

앞서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4월 한국자유총연맹(자총) 선거 개입,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지지여론 관련 기무사 예산 투입,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 옹호 여론전을 편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 횡령 등)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3월 29일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해외로 도주한 지 5년여 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연 입국해 체포됐다. 검찰은 입국 직후 직권남용, 정치관여,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조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같은 해 6월 28일 구속 기소 3개월 만에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 그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문재인정부 시절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정해일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 등 3명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송 전 장관 등은 2018년 7월 간담회에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휘하 간부들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철희 전 정무수석에 대한 계엄령 검토 문건 누설 등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대해 검찰은 “계엄령 검토 문건이 적법하게 생성된 군사기밀이 아니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조 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가 불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 등(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으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