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신중해야”

2024-02-26 13:00:04 게재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 “소년범 형사처벌 확대 능사 아냐”

플리바게닝 도입에도 “국민 법 감정상 받아들일지 의문”

소년범죄 증가와 흉포화 등을 이유로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숙희(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서면답변에서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를 이유로 소년범을 일반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년은 아직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고 기본적으로 사회가 보호하고 훈육해야 하는 대상으로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사책임연령을 일괄해 낮출 경우 책임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소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게 신 후보자의 설명이다. 그는 또 “개선 가능성이 충분한 청소년도 사회적 낙인 효과로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소년법 폐지 문제는 단순히 법률 1개를 개정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소년의 선거권, 복지, 미성년자 연령 기준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아동복지법, 민법을 비롯한 전반적인 법체계의 정비를 전제로 논의되어야 하는 사항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미성년자 연령기준 하향이나 소년법 폐지 등은 결국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소년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교화, 다양한 보호처분의 활용 등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소년의 성숙도, 사회 환경의 변화, 국제적 기준, 형사정책적 요소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에서 활용되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의 측면에서 도입을 고려해볼 순 있겠지만 헌법상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실체적 진실주의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감형을 대가로 허위자백을 유도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국민 법 감정이 유죄협상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다소 의문스럽다”고 했다.

사법부의 현안과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문제와 관련해선 “재판의 신속성과 충실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법관 증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법부의 인적·물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데 있다”며 “현재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결국 법관이 증원돼야 장기미제 적체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판사 도입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신 후보자는 “AI는 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알고리즘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로 판결에 활용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 특수한 사정을 반영하거나 이익을 형량하고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비리의 대표적 유형으로 꼽히는 전관예우와 관련해선 “현재 재판제도 하에서 전관예우가 존재하기 쉽지 않으나 전관 근무 경력이 사건 수임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종종 있으며 이를 이용해 지나치게 고액의 수임료를 받아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며 “전관예우는 그 실재 여부를 떠나 사법 불신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여러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규제 강화는 도리어 전관예우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음성적 수임관행을 양산할 우려도 있다”며 “전관예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관이 평생 법관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법 신뢰 회복 방안으로는 “사법부 본연의 업무인 재판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심급제도와 재판 절차를 개선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법관과 재판보조인력을 늘려 인적 자원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신 후보자는 창문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6년 서울지방법언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고법·부산고법 등을 거쳐 여성 최초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27일 열린다.

김선일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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