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수능전략

중요성 커진 수능…재학생 수능 준비 어떻게 할까

2024-02-28 13:00:01 게재

수시 최저기준 적용 대학 증가 … 수능 올인은 신중하게, 최저기준 대비는 필수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도 수능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불수능’의 영향으로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올 수능도 지난해와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다면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25학년 대입에서 연세대와 한양대가 학생부교과전형에 최저 기준을 새로 설정했다. 최상위권이 밀집해 수능의 영향력이 큰 의대 입시는 정원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시는 물론 수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수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재학생 입장에서 내신과 수능을 함께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능에만 집중했다간 N수생이 대거 합류하는 수능의 특성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내신에만 초점을 맞추다간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발목 잡힐 수도 있다.

재학생이 내신과 수능 준비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지, ‘수시러’에서 ‘정시러’로 전환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지, 재학생을 위한 수능 학습 전략을 알아봤다. 올해 고3 학생들은 수시 지원을 앞두고 수능 준비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수시에서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표). 연세대와 한양대가 교과전형에 최저 기준을 도입하면서 교과전형이 없는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교과전형에서 최저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연세대는 총 500명을 선발하는 교과전형(추천형)에서 면접을 폐지하고 교과 성적을 100% 반영하되, 최저 기준을 새롭게 적용한다. 인문계열은 국어·수학·탐구(1) 중 2개 영역의 등급 합이 4 이내(국어·수학 중 1개 포함)여야 하며 자연계열은 국어·수학·과탐(1) 중 수학을 포함한 2개 영역의 등급 합이 5 이내여야 한다.

종합전형에서도 한양대와 서울시립대가 최저 기준을 새롭게 적용한다. 한양대는 학생부종합(일반)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교과전형(추천형)에 국어·수학·영어·탐구(1) 중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의 기준을 적용한다.

이처럼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증가해 재학생들 역시 대입에서 성공하려면 마지막까지 수능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에 먼저 진학한 선배들도 수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국대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에 합격한 손건영씨는 “주변에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최종 탈락한 사례가 많다”며 “재학생도 수능 준비를 끝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과거에는 부족한 내신 성적을 봉사 활동이나 수상 경력 등으로 보완할 기회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런 항목들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수능을 통한 대입 역전을 꿈꾸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재학생들의 수능 응시율 증가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근 5년간 수능 응시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 수능 응시자의 고3 재학생 비율은 72.8%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상위권, 수능 중요성 더 커져 = 올해는 특히 의대 정원 확대 등의 굵직한 이슈로 인해 수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연쇄적으로 인문계열 상위권 및 공대 분야의 수시 합격선이 다소 낮아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최저 기준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의대 증원으로 수능을 치르는 졸업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재학생들은 합격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늘어나면 최저 기준 충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사는 “비수도권 지역은 학생 수가 제한돼 있어서 최저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최저 기준을 충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는 학생이라면 수시 지원 시 전년도 입시 결과를 참고하되 보다 적극적으로 소신 지원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학생 수능 준비 전략 = 수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율이 높아진다 해도 재학생이 내신을 버리고 수능 준비에 올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시는 재학생의 합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에 재학생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을 병행해야 하기에 N수생들과 수능을 대비한 학습량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학생이 쓸 수 있는 수시 6장, 정시 3장 중 무려 3분의 2나 되는 수시 기회를 버리게 된다는 것 또한 신중히 고려할 부분이다.

김정환 대구 혜화여고 교사는 “수능은 고등학교 3년간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다”며 “아직 기본 학습도 다안 한 상태에서 수능 준비에만 매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대 일반전형, 고려대 교과우수전형 등 정시에서도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상위권 대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같은 학교 학생끼리의 경쟁이 전국 단위의 경쟁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현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윤윤구 서울 한대부고 교사는 “학교의 전교권 학생은 직접 눈에 보이니까 앞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반면 모의고사에서 자신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학생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보니 열심히 하면 제칠 거란 막연한 자신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능 등급보다는 내신 등급을 올리기가 그나마 쉽다. 게다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내용은 결국 수능 범위이므로 내신을 대비한 공부가 수능 준비도 되는 셈이다. 물론 일찍부터 수능 준비에 매진하는 게 더 유리한 재학생들도 있다. 수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이 훨씬 상위권인 경우다. 임태형 학원멘토 대표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 풀이를 반복하는 수능형 공부가 더 잘 맞는 학생들은 정시로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고3의 경우는 다르다. 수능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시가 주력인 경우에도 희망 대학의 최저 기준을 미리 확인하고 본인 성적으로 최저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윤 교사는 “최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부분 2학년까지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능 성적을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학년까지 치르는 모의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생이 응시하지 않는다. 회차별로 빠지는 지역과 학교들이 있다. 3학년 3월 모의고사가 되어야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학생이 함께 치른다. 이후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로 갈수록 N수생들이 대거 합류하고 수능에는 반수생 등 예상치 못한 인원들까지 응시한다. 고3 3월 모의고사가 재학생이 받는 제일 높은 성적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본인의 예상 수능 성적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술전형에 주력하고자 하는 학생들 역시 최저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윤 교사는 “논술전형에서 특히 최저 기준에 발목 잡히는 지원자들이 많은데 본인의 수능 예상 성적을 냉정하게 파악해 논술전형에 지원하길 추천한다”며 “논술전형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면 논술 준비 못지않게 수능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력 전형에 따라 달라지는 수능 공부법 = 수능 공부의 핵심은 철저한 개념 이해, 그리고 반복적인 문제 풀이다. 김정환 교사는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 준비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 시험 모두 기본 개념을 이해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같다”며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일단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듣고 관련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하면 내신도 수능도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부 범위에 한정되는 내신에 비해 수능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전 범위가 포함되므로 고득점을 위해서는 많은 공부량이 필수다. 윤 교사는 “수능은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이해한 후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서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풀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아무래도 재학생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수능 준비에 투자했을 재수생, N수생들이 유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재학생은 수시를 기본으로 준비하되, 수시에서 불합격했을 때 정시로도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갈 수 있는 성적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수능 준비에 매진할 것을 권한다.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 고3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과목마다 EBS 연계 교재를 활용해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내신 공부를 하면 자연히 수능 공부가 된다. 만약 최저 기준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주력 과목 공부에 좀 더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2합 7’ ‘3합 6’ 식의 최저 기준에서 목표 등급을 반드시 충족시킬 자신이 있는 과목에 치중해 성적을 확실하게 올리는 전략이다. 이때도 기존에 받았던 모의고사 등급보다는 훨씬 보수적으로 수능 등급을 예측해야 한다.

임 대표는 “올해 영어 때문에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며 “수시에서 최저 기준을 맞춰야 하는 학생들은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목표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특히 주력 과목을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최저 기준이 ‘3합 7’로 본인이 잘하는 과목에서 2등급 이내에만 들면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최고난도 문제는 건너뛰고 중고난도 이하의 문제를 절대 틀리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과목보다는 잘하는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정시를 준비한다면 공부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에 합격하려면 수능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기에 최고난도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물론, 많은 반복 학습을 통해 문제 풀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훈련이 필수다. 임 대표는 “보통 수능을 망쳐서 대입에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한 과목 때문에 목표 대학에 못 가는 우가 많다”며 “자신 없고 부족한 과목에 많은 시간을 들여 소위 ‘망하는’ 과목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N수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능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학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학기중에는 내신 공부와 학교생활로 바쁘므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 기간에 인강 등을 활용해 과목별로 기본 개념을 철저히 익혀야 한다. 특히 2학년 겨울방학 때 수능에서 응시할 탐구 과목을 미리 공부해두면 막바지 수능 준비 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부족한 다른 과목에 매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김기수 기자·오승주 내일교육 기자 김원묘 리포터 sj.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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