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고용·산재보험 업무대행 금지 ‘합헌’

2024-03-07 13:00:26 게재

헌재, 재판관 5대 4 의견 “직업 자유 침해 아냐”

회계법인과 달리 개인 공인회계사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공인회계사들이 청구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33조 1항 등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청구인들은 공인회계사로 보험 사무 대행 기관에 회계사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20년 1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보험료 신고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수 있는 보험사무대행기관으로 공인회계사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4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행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사업주의 위임을 받아 보험 사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격을 단체 또는 법인, 공인노무사, 세무사로 한정한다. 회계법인은 가능하지만 개인 공인회계사는 불가능하다.

5명의 다수의견(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공인회계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입법 재량을 벗어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 조항은 보험사무 대행기관의 자격을 규정함으로써 보험사무 대행업무의 품질을 유지하고, 보험사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사업주의 보험사무 관련 행정처리 부담을 효과적으로 덜어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단체, 법인, 개인들은 보험사무 대행기관의 범위에 포함될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반면 개인 공인회계사의 경우는 그 직무와 보험사무 대행업무 사이의 관련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또 “사업주들의 접근이 용이하다거나 보험사무 대행기관으로 추가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게다가 상당수의 공인회계사들이 소속된 회계법인은 보험사무 대행기관이 될 수 있어 개인 공인회계사를 보험사무 대행기관에 별도로 추가할 실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입법자의 형성 재량을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대행 기관에 개인 공인회계사를 포함하는 게 헌법 원칙에 맞는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 조항이 보험사무 대행기관의 범위에 개인 세무사를 포함시킨 것은 그 합리성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공인회계사는 세무대리도 수행할 수 있고, 세무사법은 2012년 개정 전까지 약 50년 간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세무사와 관련해 살펴본 직무관련성 논의는 공인회계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보험사무 대행기관에 개인 세무사는 포함하면서 개인 공인회계사를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 세무사나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는 지금도 보험사무 대행업무를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개인 공인회계사에게도 개인 세무사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직무 경력을 갖출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교육을 이수하도록 한다면 보험사무 대행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사무 대행기관의 범위에 개인 공인회계사를 포함시키더라도 입법목적을 동등하게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개인 공인회계사를 제외했다”며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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