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 러시아서 간첩혐의로 첫 체포

2024-03-12 13:00:02 게재

타스, 백모씨 실명 보도

“기밀정보 외국 넘긴 혐의”

한국 국민 한명이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사법당국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국민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스 통신은 사법 당국자를 인용해 “간첩 범죄 수사 중 한국인 백모씨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백씨의 실명을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백씨가 국가 기밀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로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백씨의 체포 시점이 지난해라고 보도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체포 시점 수개월 뒤 이런 사실이 국영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셈이다.

타스 통신은 백씨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보도했다. 보안이 워낙 철저하게 유지돼 혐의의 세부 내용 등에 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종교 관련 종사자로 알려진 백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지난 1월 중국에서 육로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뒤 며칠간 생활하던 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백씨와 동행한 아내도 FSB에 체포됐으나 풀려나 현재는 한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SB는 한국 측에 백씨 체포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지난달 문서로 통보했다고 한다.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법원은 비공개 심리에서 백씨의 구금 기간을 6월 15일까지로 연장했다고 이날 밝혔다. 백씨가 구금된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거의 모든 수감자를 독방에 가두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도 이 구치소에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백씨의 석방이 늦어지거나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러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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