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숙원 ‘전달체계’ 이제 구축되나

2024-03-14 13:00:03 게재

상급·종합병원-병원-의원별 중증도 따라 적정이용 추진 … 15일 공개 토론회

이번에는 보건의료 숙원과제인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될까.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구축 작업을 시작해 주목된다. 15일 관련 공개토론회가 열린다.

14일 보건복지부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 난이도가 높은 수술 등 의료행위를 전문으로 시행하는 47곳이다. 종합병원은 100병상 규모에 필수진료과목을 갖추고 전문의 진료가 이뤄지는 331곳이다. 그간 각급 의료기관 의료행위 수준과 환자의 필요도에 따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체계를 갖추자는 논의는 오래됐다. 하지만 적절히 추진되지 않았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환자의 의료 쇼핑 등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도 병원은 전공의 무단 이탈이 장기화되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근무지 이탈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는 이 상황은 그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기능, 종합병원은 중등증의 환자 진료 기능, 동네 병·의원의 경증환자에 대한 예방·건강관리 등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이 밝힌 계획을 보면, 먼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연구-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기관이 되도록 육성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중증진료 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그 일환으로 1월부터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회송하는 동시에 회송된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갖춘다.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3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2차의료기관인 병원의 기능과 역량을 대폭 높이고 보상 지원도 강화한다. 각 지역의료 수요를 고려해 중진료권별 3개나 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한다. 전문병원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역량있는 전문병원에 보상을 강화한다. 심장 뇌 수지접합 등 19개 질환 유형별로 3월 현재 109개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상당한 역량을 갖춘 전문병원 사례를 고려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원해서 진료할 수 있는 특수·고난이도 전문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제도를 개선한다.

동네 의원에는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환자의 초기증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다학제 1차 의료협력을 강화하고 의원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과 장비 기준 등 제도를 합리화한다.

박 차관은 “지역 내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도 중요하다”며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참여하는 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하반기부터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또한 복지부는 환자도 중증도에 맞춰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지역 내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회송 기능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할 때 종이의뢰서 대신 시스템에 의한 의뢰를 활성화하는 등 환자의뢰제도 전반을 개편한다. 상급종합병원 이용 할때 2차병원의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 일차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의료체계의 고질병인 대형병원 쏠림을 ‘일차의료 주치의제도 도입’으로 과감히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교수는 “일차의료는 단순히 경증환자를 보는 기관이 아니고 사전 건강관리, 경증, 입원후 관리, 생애말기 관리를 전담하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룬다”며 “현재 여러 제도적인 제약으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생애 전주기에 개인 병력 관리가 가능하기에 중증·응급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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