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기업에 ‘밸류업 참여’ 독려

2024-03-14 13:00:34 게재

기관투자자 “적극 협조”…투자 기업 결정시 고려

연기금 역할 커져…“기업 인센티브도 발굴해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상장회사들에 대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ESG기준원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반영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14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다.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가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과 관련해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해당 항목에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가 회사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현황 진단→계획 수립→이행 및 평가)하면서 시장 및 주주와 충실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각 기업이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 등을 매년 자율 공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자율 공시라는 점에서 강제성이 없고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은 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개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회사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기업가치를 보다 면밀히 평가하여 투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상 공무원연금공단 주식운용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목적은 한국 자본시장 및 상장기업의 체질개선이기 때문에, 장기와 단기로 구분된 정책 아젠다가 필요하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과 더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계속적으로 발굴·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투자자들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력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강화는 원칙 하나 추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일본의 증시 부양책에서는 공적 연기금(GPIF)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일본 GPIF의 적극적인 위탁운용 정책으로 인해 일본의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과의 대화 (기업가치 제고 관련)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GPIF는 총대를 메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위탁받으려면 코드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강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기금의 역할론 역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그동안 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는지 거버넌스 문제인지 인력의 문제인지 잘 진단하고 해법을 내야한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앞장 서 기관투자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기 김영숙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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