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5.4% “금융소비자보호법 안 지켜지고 있다”

2024-03-15 13:00:01 게재

‘금융회사에 더 유리하게 작용’ 응답 많아

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 불신 더 커질 듯

10명 중 7명 “금융회사 금융윤리의식 불충분”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난 가운데 지난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국민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2023년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의 55.4%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안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안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55.4%로 가장 높았다.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는 것 같아서’(27.2%), ‘실효성이 없는 것 같아서’(17.4%) 순으로 나타났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처음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가 길어지면서 10년이 지난 2020년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 발의 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금소법은 빠르게 달라진 금융의 디지털화 등 환경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금융위도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절차 위주의 영업행위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적극적·능동적 소비자보호정책을 포섭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홍콩ELS 사태로 금융회사의 금소법 준수와 관련한 불신은 더 커질 전망이다.

2021년 3월 금소법이 시행됐지만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여전히 “금융회사의 금융윤리 의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2021년 70.3%, 2022년 69.7%, 지난해 69.1%로 70%안팎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피해 발생시 필요조치 ‘신속하고 합당한 보상’ = 금융회사의 금융소비자 피해 야기시 필요 조치로는 응답자의 56.8%가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 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해당 회사에 대한 과징금 및 영업정지’(19.7%), ‘당국의 신속한 피해확산 방지 노력’(17.2%), ‘관련 임직원에 대한 제재’(5.7%) 순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힘써야 할 주요 업무를 묻는 질문에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적극적인 피해 구제’(3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금융상품 선택을 위한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28.9%), ‘금융회사가 규정을 위반한 경우 강력한 제재’(26.3%), ‘금융이해도 제고를 위한 금융교육 기회 확대’(13.8%) 순으로 답했다.

최근 5년 내 손익구조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9%로 나타났다. 2021년 36.1%, 2022년 34.5%에 비해서는 줄었다.

이들은 ‘상품 상담·계약과정에서 판매직원으로부터 겪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 ‘설명은 대충하면서 서류에 필요한 서명부터 우선 안내’라는 응답이 38.4%에 달했다.

또 다른 부정적인 경험으로는 ‘나에게 맞지 않는 상품 같은데 계속 권유한다’, ‘어려운 용어를 과도하게 쓰고 있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각각 25%, 22.7%였다. 긍정적 경험으로는 ‘원금 손실위험 등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 위주로 차근 차근 설명한다’는 답변이 35.8%로 나타났다. 2021년 28.9%에서 2022년 34.5% 등 비율이 점차 늘었다.

최근 5년 내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받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41.4%가 있다고 답했다. 대출 상담·계약과정에서 겪은 불편함으로는 ‘대출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이 너무 불투명하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42.8%로 가장 많았다. ‘대출 과정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지나치게 많다고 느꼈다’는 비율도 37.3%에 달했다.

◆응답자 89.7% “유튜버 ‘금융상품 광고’ 신뢰 안해” = 금융회사의 광고와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금융상품 광고에 대해서도 불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 본 금융회사 광고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은 65.9%로 높게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중요한 내용은 작게 표시하고 빨리 말하는 것 같다’는 응답이 32.3%로 가장 많았고, ‘표현의 빈번한 사용’(30.0%),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20.1%) 등이 답변이 뒤를 이었다. 만 50~59세‘(71.4%) 연련층에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금융상품 광고를 접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23.2%로 높지 않았지만 응답자의 10명 중 약 9명(89.7%)은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금융상품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2.7%는 온라인 금융앱에서의 금융상품 추천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천 기준이 불명확함’이 58.3%로 가장 높았다.

기존판매업자와 다르지 않은 판매행태(22.4%), 내 정보를 자의적으로 반영해 추천(1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기 관련 경험 55.7%, 전년대비 11.6%p ↑=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파밍 등 금융사기를 당했거나 이를 시도한 경우를 접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55.7%가 있다고 답해 과반을 넘어섰다. 전년도 44.1% 보다 11.6%p 증가했다. 직접 사기를 당했다는 응답비율은 7.0%였다.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는 ‘금융사기범에 대한 처벌수준 강화’라고 답한 비율이 58.6%로 가장 높았다. 전년 대비 6.3%p 증가했다. 다음으로 ‘금융사기 대응을 위한 감독인력 및 조직 확대’(14.7%), ‘금융소비자 본인의 주의와 노력’(12.4%)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가장 필요한 대상으로는 3년 연속 고령층(만 65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67.1%를 차지했다. ‘소년·소녀가장 가구’(8.1%), ‘차상위 계층 이하 저소득층’(7.4%), ‘만35세 이하 남성’(7.0%)이라는 답변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번 갤럽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69세 일반국민 104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