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구하기’ 나선 용산…여당 악재 우려 여전

2024-03-15 13:00:04 게재

안보실 “조사 안 한 공수처가 문제” 이 대사 “조사하면 귀국”

한동훈, ‘임명철회’ 요구 일축 … 홍익표 “국민 다수 뜻 외면”

“정무적으로 해결 안돼 … 일단 들어와서 공수처 가야” 지적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 호주대사 부임 논란을 놓고 대통령실이 강한 어조로 반격에 나섰지만 총선 악재라는 여당 안팎의 위기감을 떨쳐내진 못한 모습이다. 이 대사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대통령실 “임명철회 없다”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4일 SBS TV에 출연 “공수처가 그동안 (이 대사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가 고발장 접수 후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 같은 해 12월에 출국금지 조치를 한 점을 언급하며 “공수처가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출국금지를 길게 연장한 것은 누가 봐도 기본권 침해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경위를 살펴보기 위한 전체회의 소집을 국민의힘이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어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수사나 조사에 무슨 차질이 있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야당이 이 수사나 조사에 정말 진심이라면 6~7개월 동안 아예 조사하지 않은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피성 임명’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상대국(주재국)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에만 1~2개월씩 걸린다. 또 아그레망을 신청해 놓으면 그 과정에서 유관 기관이나 기업 같은 데에는 다 알려진다”며 “도피성으로 해외에 내보내려면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을 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빨리 내보내려면 아그레망 절차가 필요 없는 국제기구나 총영사도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만 두드리면 대사관 주소, 전화번호, 심지어 약도에 사진까지 다 나온다”며 “차라리 서울 어딘가에 핸드폰 끄고 조용히 있으면 훨씬 더 찾기 어렵다”고 했다.

장 실장은 호주대사 임명 배경에 대해선 “호주대사로 제일 적임”이라며 “장관 재직 시절에 호주와 일을 많이 했다. K9 자주포 계약도 했고 K9 현지생산 공장 기공식도 주도했다. 지금 부임해 이틀 만에 신임장 사본을 (호주) 외교부에 제출했는데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만큼 호주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사를 임명 철회할 계획은 전혀 없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동훈 “언제든 들어와서 조사받을 것” = 의혹 당사자인 이 대사와 야당은 대통령실의 ‘진화작업’ 거들기에 나섰다. 14일 이 대사는 대통령실 측에 “공수처가 나를 조사하겠다고 하면 언제라도 들어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부산방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대사)이 지금 내일이라도, 정말 필요하다면 공수처에서 부르면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라며 “이게 외교적 문제도 있는데 (임명 철회 같은) 그럴 얘기가 나올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그런 문제는 아니라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들어와서 조사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많은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뜻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가 마무리하기 전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라며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보내는 과정에서 외교부 어떻게 개입했고 이런 피의자 신분 출국금지가 돼 있는 것을 알고도 했다면 이건 명백하게 잘못된 거기 때문에 이것은 탄핵 사유가 된다”고 했다.

◆서울 여당 후보 “정무적으로 도움 안돼” = 국민의힘의 일선 유세현장에서는 대통령실의 진화작업이 여의치 않다는 분이기다.

서울의 야당 강세 지역구에서 뛰고 있는 한 국민의힘 후보는 15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 대사 의혹을 부각시키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놨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전날 장 실장의 발언에 대해 “외교관, 관료로서 맞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서도 “지역정서를 고려하면 정무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봤다.

수도권 유세중인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뜨는 와중에 이 대사 문제가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정성에 더 상처가 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이 대사가 조속히 공수처를 방문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14일에도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 대사의 임명이 부적절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전 유성을 후보인 이상민 의원은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으로서는 그런 것(철회 요청)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며 “과오라는 걸 미처 보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후라도 빨리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며 임명철회도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했다.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서울 강서을)도 의혹 해소 후 부임이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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