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양문석’ 감싸 안은 이재명·이해찬…다시 ‘친명횡재’ 논란

2024-03-18 13:00:02 게재

‘노무현 불량품’ 발언에 김부겸·고민정·이광재 등 반발

이재명, 지지층에 “정봉주 공천취소, 살점 뜯어내는 심정”

대표적 ‘비문’ 박용진, 정봉주 공천취소에도 사실상 ‘배제’

후보등록 임박, 대통령실 겨냥 ‘정권심판론’ 집중력 분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친명’ 양문석 후보를 감싸 안았다. ‘노무현 불량품’ ‘수박’ 발언 등으로 당내 친문, 친노 인사들의 반발에도 정봉주 전 의원의 낙마에 이어 더 이상 강력한 ‘친명’ 인사를 잃을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정 전 의원과 달리 양 후보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으로 공천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전선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양문석 리스크’가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여기에 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공천과정이 박 의원에게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겹치면서 임종석 전 실장 공천배제에 이은 ‘친명 횡재, 비명 횡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양문석 후보와 대화하는 김부겸 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양문석 후보는 공천장을 이미 받은 상황이고 지도부에서는 양 후보의 공천을 무효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양 후보의 결단이 필요한데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양 후보와 관련해서 이재명 대표의 ‘공천 취소’에 대한 거부 의사가 명확하다”고 했다.

극렬 지지층에 의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친명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취소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 하남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결정을 한 거라 당원 여러분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저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며 “살점을 뜯어내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과거 ‘목발 경품’ 발언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면서 공천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봉주와 양문석의 차이 = 이 대표는 양 후보가 정 전 의원과는 ‘다른 경우’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양 후보가 한 발언들은 약자가 아닌 정치인에 대한 비판으로 정 전 의원의 발언과는 구별된다는 얘기다. 대통령 등 당 안팎에 있는 인사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날 유세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할 수 있다. 그게 국민의 권리’라고 말씀했다”며 “저잣거리에서 왕을 흉보는 연극을 해도 왕이 잡아가지 않았다. 그게 숨 쉴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양 후보를 두둔한 듯한 지난 16일의 발언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양 후보 논란’을 끝까지 품고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양 후보에 “그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친노 적자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친문인 윤건영 의원, 임종석 전 실장이 ‘당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이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못을 박았던 김부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전날 양 후보에게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거는 당신밖에 없다. 여기서 뭐 새로운 게 나오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공천을 요구하며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언급했던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15년 전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며 양 후보 공천 취소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명 박용진은 = 대표적인 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에게는 ‘원칙’을 이유로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취소로 비어 있는 공천 자리를 주지 않았다. 박 의원은 여러 사례를 들어 ‘차점자 승계’를 주장했지만 전날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서울 강북을은 이미 경선이 끝난 상황”이라고 단정하며 사실상 ‘재경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하위 10% 평가에 따른 ‘30% 감점’을 달고 여성후보로 ‘20% 가점’을 확보한 친명 원외인사인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와 맞붙게 됐다. ‘경선룰’도 당원들의 표심으로 결정하기로 해 친명 권리당원들에게 ‘반명’으로 찍힌 박 의원은 “해보나 마나”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권심판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친명 대 비명’ 구도라는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략적으로 정권심판론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며 “이 대표가 양 후보를 의지적으로 품고 가려는 상황이라 수도권 등 출마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한 양 후보의 후보직 사퇴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후보 등록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 전에 가부결단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민주당 텃밭 중 하나인 경기도 안산갑 지역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돈봉투 사건의 정우택 전 의원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도태우 후보와 친윤계 청년 장예찬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는 강수를 뒀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요구대로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수석에 대해 대통령실이 결단을 하게 되면 ‘여론의 방향’이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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