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범죄 “범위 확대 필요”

2024-03-18 13:00:02 게재

경찰학회보, 간첩죄 적용 주장

“산업기술 유출 국가 전체 위험”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처벌 강화를 위해 국가기밀에 산업기술을 포함하고 반국가단체 등 표현에도 외국을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18일 한국경찰학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발행된 학회보에서 홍승표 전주대 경찰학과 조교수는 ‘기밀유출 범죄의 간첩죄 적용에 관한 소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논문에서 “형법 제98조 등의 적국과 반국가단체, 적 등의 표현을 외국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수정하고, 보호가능한 기밀의 범위를 확대해 국가 안보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 등을 국가기밀 범주에 포함해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홍 교수는 “현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 유출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을, 일반산업기술을 유출할 경우 1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매우 낮은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년간 2003~2023년) 첨단기술 탈취 사건은 552건에 달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100조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2023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96건 중 집행유예는 36건, 벌금형은 7건으로 징역형 선고는 9건에 불과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33건 중에서 무죄와 집행유예는 87%를 보였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평균 형량은 14.9개월에 그쳤다.

이런 지적이 있자 대법원은 지난 1월 양형위원회를 열어 기술유출 범죄 형량을 강화한 양형 기준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18년, 일반산업기술을 해외 유출할 경우 최대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양형기준은 이달 25일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하자는 주장은 기존 법률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 법 정비, 형벌체계 균형성 등 고려가 과제로 남는다.

홍 교수는 이와 관련 실제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유출한 사례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외국을 포함한 개념으로 범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은 간첩죄를 규정하면서 적국으로 한정짓는 것이 아닌 외국을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산업기술의 유출은 더 이상 산업과 기술의 손해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큰 위험을 초래 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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