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찰 미송부” vs 법무부 “위헌 소지”

2024-03-19 13:00:21 게재

공수처, 기소권 없는 사건 불기소시 송부 규정 삭제

법무부 “형사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 반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관련 서류를 검찰로 보내지 않기로 내부 규칙을 개정·시행하자 법무부가 “위헌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19일 기소권 없는 사건 송부 규정을 삭제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일부개정규칙’을 관보에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사건사무규칙 제28조는 공수처가 공소권 없는 사건을 처리할 때, 공소제기를 요구하는 경우는 물론 불기소 결정을 할 때도 사건 관계 서류와 증거물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부하도록 규정해왔다.

개정 규칙은 이 가운데 불기소 결정 사건에 관한 조항을 삭제했다.

공수처는 개정안에 대해 “공수처법 및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제도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개정 근거로 삼은 공수처법 조항은 제27조와 제29조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가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밖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면 검찰이 기소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공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서도 불기소 결정권은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했다는 것이 공수처 설명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하는 경우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 범죄를 대검찰청에 이첩하도록 규정한 공수처법 제27조를 근거로 “기소권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수사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 결정권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또 “현재 이미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인들의 재정신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울고등법원은 이에 대해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결정이 적법하다는 전제로 그 이유에 대해 당부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원도 공수처가 내리는 불기소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도 공수처 검사는 검찰청 검사와 같은 권한이 존재한다며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이에 따라 공수처 검사도 검찰청법상 검사가 할 수 있는 사건 처분권(공소제기 및 불기소 처분 권한)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봤다.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의 법적 지위가 다르지 않은 만큼, 공수처가 이미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입법예고 단계부터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개정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 이 같은 개정안 시행 소식이 알려진 18일에도 법무부는 반대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고소·고발인이 항고·재항고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행정규칙으로 항고권과 재항고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공수처가 개정 근거 중 하나로 들었던 공수처법 제29조에 나오는 불기소 처분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소권을 가진 사건에 한정’되는 것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공수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도 기소권과 불기소 결정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공수처가 기소를 할 수 없음에도 불기소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형사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입법예고 이후 지난달 16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공수처측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법무부는 개정안이 ‘공수처 검사는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제26조 1항 등에 배치되며,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 기소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개정 사건사무규칙 시행을 통해 공수처 수사가 법과 원칙에 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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