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문석 사태’ 지지층 균열…“투표율 하락 위기”

2024-03-19 13:00:36 게재

이재명·이해찬, 강성 지지층 보며 ‘공천 유지’ 기조

민주당 지지층 53% ‘노무현 선호’, 이탈 가능성 제기

홍익표 “경선자격 문제제기 많았다 … 선당후사 필요”

김부겸 “조롱·비아냥 비정상 … 재검증 요청 상태”

‘노무현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친이재명계 양문석 후보의 거취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에 빠져들었다. 민주당의 4.10 총선 전반을 기획, 지휘하는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노무현 불량품’ 발언의 ‘친이재명계’ 양문석 후보를 끌어안고 총선을 치르기로 했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인 이재명 대표 역시 경기 안산갑 양 후보 쪽에 섰다. 강성지지층 결집을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노, 친문 인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친명인사들이 대거 공천장을 받아낸 가운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 배제에 이어 ‘정봉주는 공천취소, 양문석은 공천 유지’ 비판, 대표적인 비명인사인 박용진 의원에 대한 사실상의 ‘연이은 배제’에 비명쪽의 비판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경남도 부위원장에서 ‘수박’을 외치며 자객출마한 양 후보가 핵심 ‘친문’인 전해철 의원을 눌렀다는 점에서 비명계의 불만이 임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너럭바위 앞 양문석 후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19일 이해찬 위원장의 측근인 모 인사는 “양 후보를 끌고 가겠다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해야 이번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면서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서 양 후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끌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살점을 떼 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정봉주 전 의원을 공천배제 시킨 데 이어 더 이상 ‘동지’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지자들 앞에서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난했던 양 후보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 후보는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감을 앞두고 민주당 모 의원과 같이 KT로부터 룸싸롱 접대 향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인 2008년 5월 미디어스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썼다. ‘낙향한 대통령으로서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 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하거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기억상실증 환자’라고도 했다.

◆홍익표 “선당후사 필요, 빨리 논란 종식” = ‘양문석 공천유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 고민정 최고위원, 이광재 전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윤건영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양 후보의 발언 등 문제는) 이미 초기에 공천 시작되는 공관위 내에서도 공관위원들이 상당부분 문제제기를 했었다”며 “상당히 논란이 있었고,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특히 외부위원들께서도 여러 분이 거의 최하점을 주고, 사실 경선자격 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얘기한 분이 많이 계셨다”고 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조롱과 비하적 표현이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여러 논란이 지금 제기되고 있다”며 “이 문제도 빨리 논란을 종식하고 여러 가지 선당후사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의원들 내부에서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존재하고 있다”며 “의원들 분위기는 상당히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노무현 향수’ = 이해찬-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양 후보를 끌고 갈 경우 민주당 지지층들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42차례에 걸쳐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1위를 지목한 게 30번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실시한 지난해 12월 29~31일 자동응답방식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53%가 노 전 대통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문재인(24%), 김대중(14%)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020년 총선, 2022년 지방선거를 거친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가장 선호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민주당 지지층의 과반이 노무현 대통령에 호감을 갖고 있다”며 “자칫 양문석 사태가 ‘역린’을 자극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투표율 빠지나 = 투표율은 민주당 승패는 좌우하는 주요한 변수인데 당내 분열은 이를 낮출 수 있다. 이해찬 위원장은 압승했던 지난 21대 총선때보다는 투표율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65%까지 올려놔야 과반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지지층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양문석 사태’와 함께 ‘박용진 사태’까지 번지면 친명-비명 분쟁이 더욱 가속화되면 지지층 이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박 의원이 서울 강북을에서 패배하게 되면 ‘비명의 불만’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대표와 이 위원장은 ‘정치인 비판’과 ‘약자 비난’의 차별성을 ‘양문석 감싸기’의 이유로 제시했지만 이는 이재명 대표에 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비문, 반문으로 찍혀 희생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박용진 사태’와 맞물려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전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민주당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친문, 친노 이분들에게는 근본적인 정체성을 건드리는 문제 아니냐”며 “비주류 다 쳐내는 과정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과정에서 자칫하면 균열이 생겨서 투표로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다섯 번 이탈(큰 폭 하락)한 건 다 민주당발”이라며 “투표율이 떨어진다면, 60% 밑으로. 그건 또 위기”라고도 했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양 후보 발언은) 도를 넘은 것”이라며 “대통령을 표현하는 방식이 극단적 언어를 써가면서 조롱하고 비아냥대고 모멸감을 줄 그런 정도의 표현을 하는 게 그게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아직까지 당이 최종 결정을 못 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전체 선거에 미칠 영향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후보에 대해서 재검증을 해 달라, 그렇게 지금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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