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확인없이 굴착’ 포스코이앤씨 벌금형

2024-03-20 13:00:07 게재

2심 “현장서 업무 전반 관리”

대법 “도급업체도 공사 책임”

포항제철소 내 복합발전 신설 공사 중 도시가스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도시가스 배관 매설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굴착 작업을 해 사고 위험을 일으켰다면 공사를 직접 수행한 업체뿐 아니라 맡긴 업체도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시가스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스코이앤씨(벌금 700만원)와 지반조사업체 A사(벌금 1000만원), 각 사 현장책임자(벌금 300만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도시가스사업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로부터 포항제철소 내 복합발전 신설 공사 중 설계, 제작, 시공업무를 수주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설계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A사와 지반조사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굴착 공사에는 포스코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포스코이앤씨가 도급인, 지반조사업체가 수급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A사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로부터 배관 매설 여부를 확인하고 굴착공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지난 2019년 9월부터 총 4회에 걸쳐 굴착공사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이앤씨와 A사, 각 사의 현장책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는 사전에 굴착 지역에 도시가스 배관이 묻혀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판의 쟁점은 ‘굴착공사를 하려는 자’에 도급인도 포함되는지였다.

1심 법원은 이를 “굴착공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공사 시행 과정을 지배하는 등으로 굴착공사 시공에 직접 개입한 자”로 해석해 포스코이앤씨와 현장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처벌 대상에) 실제 굴착공사를 한 자뿐만 아니라 수급인의 업무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는 등 해당 굴착공사에 관한 업무 전반을 관리한 도급인도 포함된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A사에 벌금 1000만원, 포스코이앤씨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각 사 소속 현장책임자에게는 벌금 1000만원,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이 사건 굴착공사를 위탁한 도급인으로서 A사 및 A사 소속 현장책임자의 작업을 지시·감독하는 등 굴착공사에 관한 업무 전반을 관리했음이 인정된다”며 “도시가스사업법 제50조 제8호에 따른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가 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이 입증됐으므로 확인 요청 의무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을 받아들여 포스코이앤씨 등에 선고된 벌금형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