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그대로 간다”…민주당, ‘통합’ 보다 ‘강력 지지층’ 겨냥

2024-03-20 13:00:26 게재

‘양문석 재검증 요구’ 안건, 최고위원회의에 올리지도 않아

‘단독 과반 의석’ 자신감에 강력지지층 중심의 선거전략 무게

3번 ‘통합’ 요구 거부당한 김부겸, 임종석 선대위 참여 독려 중

“원팀으로 투표장 나오게 할 수 있을지가 민주당의 남은 과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통합’보다는 ‘강력 지지층 결집’으로 4.10 총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단독 과반’도 가능하다는 내부 분석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결국 대표적인 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 공천 배제와 대표적인 친이재명계인 양문석 후보의 공천 유지 기조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김부겸 전 총리는 ‘정계 은퇴’를 번복하면서 ‘통합’을 내걸고 선대위에 참여했지만 ‘통합’을 위한 요구들이 연거푸 거부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다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상임공동선대위원장 합류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입장하는 이해찬-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재외국민 투표독려 캠페인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0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문석 후보 공천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별다른 기조변화가 없었다”면서 “양 후보의 공천은 유지하면서 총선을 치른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의에 양 후보 공천과 관련한 안건 자체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위원장의 ‘그대로 간다’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요구한 ‘재검증’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양 후보가 정치인(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발목 경품’ 등 약자를 조롱한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취소와는 명확히 다르다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지도부가 친문재인계와 친노무현계측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양 후보 공천 유지를 밀고 나가려는 전략은 ‘지지층 결집’이 중요하다는 이해찬 상임공동위원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 측근으로 불리는 한 인사는 “이 위원장은 이기는 선거를 한다”면서 “4년전 (당 대표로) 압승했던 전략을 기억하고 있고 도덕적 잣대가 아닌 승리를 위한 기준에 따라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친문, 친노세력들의 비판 강도가 크게 약화된 점도 ‘양 후보 공천유지’에 힘을 실어줬다. 정세균 전 총리가 들어가 있는 노무현재단의 비판이 거세지 않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살아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잘 하라’는 취지로 민주당 지도부를 거들면서 반발세가 크게 약화됐다. 총선 내내 괴롭힐 만큼 지속적으로 작용할 변수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올라와 있다. 이해찬 위원장은 지난 17일 조정식 사무총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최근에 와서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이렇게 되면 대개 선거는 끝나는 거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유세에서 ‘단독 과반’인 151석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본부장은 예상 확보 의석으로 최대 ‘153석+알파(α)’를 제시했다. “3주가량 민주당의 지지세가 공천 과정에서 완만한 하향세를 그리다가 상당히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역구에서 한 130~140석,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3석+알파(α)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조국개혁당까지 더하면 160석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이 19일 “153석 전망은 최대 희망치이고 최대 희망 목표는 151석이다. 1당 확보가 매우 힘겨운 반집싸움 상황”이라며 낙관론에 경계석을 세웠지만 당과 지지층 내부에는 ‘장밋빛 전망’이 이미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문석 사태 마무리될까 = 민주당 내부에서는 21~22일 후보자등록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선거운동 체제로 전환되면서 양문석 사태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종섭 사태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국민의힘이 전열을 가다듬고 ‘양문석 사태’를 다시 들고 나오고 새로운 설화 등이 발견된다면 민주당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많은 분이 분노를 지금 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이 계속 가서 원팀으로 다 지지층들을 투표장에 끌고 나올 수 있을까 그런 판단이 정무적으로 있을 것”이라며 “양문석 후보의 경우는 좀 본인이 자진 사퇴하지 않고 계속 고수하면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 이런 건데 정치는 원칙 없는 승리를 챙기기보다는 원칙 있는 패배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역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좁아진 김부겸 입지 = 김부겸 위원장의 ‘통합’ 노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원팀’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3번의 요구는 이재명 대표에 의해 묵살됐다. 지난달 21일 정세균 전 총리와 같이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논란에 대해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총선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놔야 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이 대표의 공천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통합선대위’ 구성을 위해 이 대표가 내민 손을 잡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후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취소가 결정되자 박용진 의원의 승계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근거로 요구한 ‘양문석 재검증’도 반영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통합’을 위해 임종석 전 실장의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임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후보등록 전에 임 전 실장이 선대위로 들어오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김부겸 위원장이 설득하는 상황이라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지난번에도 타이밍을 못 잡았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하고는 백의종군한다고 했는데 다시 들어오려고 할지 모르겠다”며 “이재명 대표의 결단도 중요하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이 선대위에 들어올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위원장 측근인사는 “통합을 위해 김 위원장이 어렵게 결정했고 박용진 승계나 양문석 재검증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제 와서 김 위원장이 박차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후보등록이 되면 공천 문제를 더 거론하기는 어렵고 단지 3년간의 윤석열정부 폭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성민 대표는 “남은 문제는 (민주당 지지자) 이분들이 투표장에 들어와서 투표를 할 거냐 말 거냐의 문제만 남았고 민주당도 숙제”라며 “원팀으로 정권심판론 대열에 다 투표하게 할 거냐 이 문제만 남은 것”이라고 했다. 압승 분위기로 공천갈등에 따른 ‘원팀’ 분위기가 훼손되면 당장 수도권 등 박빙지역의 승부가 어려워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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