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리스크’에 빛바랜 윤 대통령 ‘현장 정책행보’

2024-03-21 13:00:16 게재

윤, 21일 원주서 ‘노인정책’ 민생토론회

20일엔 상공의 날 기념식서 1시간 특강

“정무적 악재 해소 늦어 정책노력 모래성”

“지역현안? 메가이슈 준비했어야” 지적도

연초부터 이어져 온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현장행보가 4.10 총선을 앞두고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인 ‘민생토론회’의 경우 총선 전까지 2차례 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때 민생토론회를 지지율 견인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른바 ‘용산리스크’에 묻혀 그간 쌓은 노력이 빛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제2세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2번째 민생토론회, 다음주까지 계속 =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재로 22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실버타운 및 노인 공공임대주택 보급확대 △재택의료센터 대폭 확대 △방문진료비 부담 절반 수준 완화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 시행 등 노인들의 주거 식사 돌봄 의료 간병 요양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역공약도 잊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원주가 국내 유일의 자생적인 의료기기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했다”며 “AI,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주가 보유한 보건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원의 ‘보건 의료 데이터 글로벌 혁신 특구’와 연계해 원주와 강원의 보건의료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원주고를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지정하고, 원주의 특성화고등학교를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해서 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혁신도시의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교육공약, “원주의 교통망을 대폭 확충하여 원주가 중부권 핵심 도시로 발전하도록 GTX-D 노선을 원주까지 연결하고, 올해 1월에 착공한 여주~원주 복선전철을 차질 없이 건설해서 원주시민들의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교통공약도 내놨다.

대통령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8일 전까지 약 두 차례의 민생토론회를 더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인 특강서 “이념편향, 경제 흔들어” = 윤 대통령은 앞서 20일에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1시간에 육박하는 특별강연도 했다.

그는 “우리 기업인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가업승계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며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 기업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고용도 안정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정부 및 야권을 겨냥해서는 “정치 이념적 왜곡과 선동이 만연하며 이념 편향적인 정책이 우리 경제를 흔들기도 한다”며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그릇된 이념에 사로잡힌 무원칙과 포퓰리즘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왔다”고 날을 세웠다.

거대노조를 향해서도 “지금 우리의 노동 현장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노조 카르텔로 인해 노동 현장에 불법이 판을 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하면서 힘없는 미조직 근로자들은 오히려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 대통령의 기관차가 달렸다는 말처럼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하는가 하면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전 현대 그룹 회장의 공을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 무관하다지만 … ‘아쉽다’ 평가 =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열정적 현장행보가 총선과 무관함을 강조하지만 여권 및 전문가들로부터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언론인 흉기테러’ 발언 논란을 적시에 해소하지 못해 빛이 바랬다는 시각이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여권 관계자는 21일 “윤 대통령의 성정에 비춰보면 그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으로 민생토론회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며 “참모들도 선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의견을 보태지 않았겠느냐”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렇게 공을 들인 정책노력이 빛을 발하고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정무적 악재를 즉각 털어내는 순발력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며 “기껏 쌓은 성이 모래성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지역현안 해결 중심의 현장행보를 한 것이 판단착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총선은 지역선거이기도 하지만 전국에 두텁게 깔려 있는 정부심판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더 중요한 판”이라며 “윤 대통령이 정부심판론을 상쇄시킬 수 있는 메가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분산돼 있는 지역현안 해결에만 매달린 게 착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지기반이 취약하면 정책으로 아무리 열심히 점수를 벌어도 작은 정무적 악재로 금방 다 깎아먹기 마련”이라며 “총선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는 정책보다 용산리스크가 더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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