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초저가’ 상품으로 고물가 잡는다

2024-03-26 13:00:01 게재

미끼상품은 옛말 신규 회원 모집에 재방문까지 효자 역할 … 건강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

유통업계가 초저가 상품을 주축으로 행사를 펼치며 고객을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업계는 대표제품에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고 선착순 특가제품을 선보이면서 신규 고객 유치와 재구매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업계가 이른바 ‘미끼 상품’ 마케팅, ‘로스 리더’ 전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최우선 요인으로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업계도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로스리더’ 마케팅은 고도화를 거치며 일명 ‘입덕템(팬이 되게 만드는 아이템)’ 마케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소비층인 팬덤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입덕’을 유도하는 장기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염가 제품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면 주문량은 확대할 수 있지만 고객이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제안할 수 있어야만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건강라이프 이커머스 아이허브(iHerb)는 영양제부터 뷰티,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부문상품을 최대 85% 할인가로 선보이는 ‘특가 상품’ 행사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 대상 품목 첫번째 주문에 특가를 적용하는 식이다.

기획전 판매 1위 상품은 아이허브 대표 PB ‘시에라 비즈’의 ‘유기농 립밤 4팩’이다. 미국 농무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이 제품은 현재 체험 특가로 1달러(약 1300원대)에 판매 중이다. 특히 구매 후기 작성 시 아이허브가 제공하는 ‘리워드’ 1달러를 더하면 제품을 무료로 체험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 아이허브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모델들이 창립행사 상품을 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제공

해당 제품은 부담없는 가격과 품질을 두루 갖춰 아이허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립밤 인기에 힘입어 ‘안티 버그 밤’ ‘큐티클 케어 밤’ 등 시에라 비즈 브랜드 전 제품으로 소비자 관심이 확산됐다. 실제로 아이허브 내 시에라 비즈 브랜드 판매량은 지난 2월 기준 전년동기대비 145% 이상 크게 뛰었다.

아이허브는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진을 낮춰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며 “리워드 적립 제도를 함께 운영해 구매 후기 작성을 위한 재방문과 추가 주문까지 촉진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은 3월 ‘올영세일’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선착순 특가’ 상품이 1분(온라인몰 기준) 이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중 ‘선착순 특가’는 ‘올영세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차별화 특가 행사 중 하나다. 세일기간 중 정해진 날짜에 한가지 상품을 단돈 100원에 선착순으로 판매해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행사 품목은 제품력이 뛰어난 클린뷰티 브랜드 ‘비플레인’ 제품을 비롯해 중소기업 브랜드로 구성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서울 용산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오픈런’ 끝에 개점 20분 만에 선착순 특가상품이 품절되는 등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분단위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착순 특가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세일 상품을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뷰티 트렌드를 선보이며 7일까지 진행한 올해 첫 ‘올영세일’은 흥행에 성공,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신장한 매출을 달성했다.

컬리는 ‘뷰티컬리페스타’를 열고 ‘최저가 챌린지’를 진행했다. 최저가 챌린지는 페스타 기간 동안 구매한 최저가 도전 상품 가격이 지정 온라인몰보다 비쌀 경우 차액만큼 컬리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다. 컬리에 따르면 최저가 챌린지 상품은 페스타 특가 매출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위해 업계는 아이허브, 올리브영, 컬리와 같이 초저가 행사 품목 선정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유통점들도 초저가 가성비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놀라운 규모의 행사를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28일부터 내달 17일까지 3주간 통합 창립 행사 ‘THE(더) 큰 세일’을 실시한다. 이번 창립 행사명인 ‘더 큰 세일’은 ‘롯데마트와 슈퍼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더 크고 더 저렴한 상품을 더 많이 드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마트 창립 26주년, 슈퍼 창립 24주년 도합 5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양사가 가지고 있던 영업 노하우를 살려 반값 할인상품을 확대하고, 상품 규격을 대폭 키운 가성비 상품을 위주로 준비했다.

특히 할인 적용 품목 수를 평상시 진행하는 할인 행사보다 약 50% 늘렸고, 롯데마트 슈퍼 단독 기획상품인 ‘공구핫딜’ 품목도 단일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00여품목을 출시해 쇼핑혜택을 최대화했다. 더불어 행사 기간도 지난해 보다 일주일 늘려 장바구니 부담을 덜었다.

먼저 롯데마트와 슈퍼는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한우 치킨 대게 등 주요 먹거리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주일간 1등급 한우 전 품목에 대해 행사 카드 결제시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

더불어 롯데마트와 슈퍼는 먹거리 물가안정을 위해 주요 인기 과일과 채소를 초특가로 내놓는다. 28일부터 4월 3일까지 ‘고당도 자이언트 오렌지(개)’를 6개 구매시 개당 1660원에 판매하고, ‘한가득 시금치(400g/봉)’와 ‘다다기오이(5입/봉)’는 농림축산부 할인쿠폰 20%를 적용해 할인 판매한다.

25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델리 신제품 ‘대짜’ 3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도 치솟는 외식물가와 고객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델리 신제품 ‘대짜(대용량 진짜)’ 시리즈 3종을 선보였다.

고물가 타파에 앞장서고 있는 ‘2024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용량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맛과 가격까지 제대로 챙겼다.

실제로 전문점 수준의 맛을 보장하기 위해 수백번 테스트를 거쳐 홈플러스 델리만의 차별화된 비법을 담았다. 신선한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품질도 높였다. 또한 1만원대 초반 합리적 가격으로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대짜 등심찹쌀탕수육’은 일반 중국집 탕수육 ‘대’자 보다 많은 용량에 특제 탕수육 소스를 동봉했다. 100% 국내산 돼지 등심을 사용하고, 압도적 고기 함량으로 두툼하고 육즙 넘치는 ‘겉바속촉’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대짜 핫스파이시후라이드치킨’은 770만 팩 넘게 팔린 홈플러스 델리 메가 히트 상품 ‘당당치킨’ 아성을 이어간다. 한번도 얼리지 않은 국내산 냉장육에 홈플러스가 직접 개발한 감칠맛 나는 매콤함을 입혔다. 여기에 크리미한 아이올리 소스가 더해져 ‘맛있게 매운맛’으로 중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대짜 여수꼬막비빔밥’은 오동통하고 쫄깃한 국내산 여수 꼬막만을 사용했다.

홈플러스는 ‘대짜’ 3종 출시를 기념해 30일과 31일 이틀 간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 주말 한정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제품을 초저가로 구매할 때 소비자가 느낀 구매 경험에 대한 만족감은 소비자를 기업 팬이 되도록 유도한다”며 “기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팬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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