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세무사 명칭사용, 선거법 위반?

2024-04-09 13:00:02 게재

선관위·세무사회 “2004년 이후 세무사 등록·명칭사용 불법”

대한변협·후보자 “세무사 자격 있다 … 경력 표시는 진실”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서울 동작갑)가 ‘세무사’ 경력을 표시한 것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와 세무사회는 허위사실 공표라며 시정을 촉구한 반면, 대한변호사협회와 장 후보자는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9일 선관위와 대한변협 등에 따르면 서울시 선관위는 장 후보자가 각종 선거 홍보물에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며 지난 5일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서울시선관위는 장 후보가 세무사법에 따라 변호사로서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된 게 아니라서 ‘세무사’가 아니고 세무사 명칭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선관위는 지난 6일 장 후보가 선거벽보 등에 ‘세무사’ 경력을 표시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고 동작갑 지역 사전투표소에 장 후보의 선거법 위반을 알리는 공고문을 붙였다.

2018년 이전까지는 세무사법에 따라 변호사들에게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됐으나 이후 해당 조항이 폐지됐다. 장 후보는 2018년 이전에 변호사가 돼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8일 “장 후보자가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뿐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실이 없어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로 등록하거나 ‘세무사’ 명칭 사용이 허용되지 않음에도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연히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공직선거법을 넘어 명백한 세무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가 명칭 사용이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것을 놓고 ‘선관위가 세무사들의 시장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등 세무사 제도와 1만6000 세무사를 폄훼하는 언동을 서슴치 않은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 후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2009년 기재부장관으로부터 세무사자격을 부여받은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라며 “세무사법 관할 기관인 기획재정부의 회신내용으로도 ‘2004년 이후 변호사 합격자는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임을 표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서울시선관위가 2017년 개정 세무사법을 2009년 자격취득자인 저에게 적용해서 세무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결정적이고 중대한 오류를 범해서 이 결정이 나왔다”는 주장도 폈다.

장 후보는 선관위 조치에 “세무사 자격이 있다면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라고 표현하든 ‘세무사’라고 표시하든 유권자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서울시선관위가 세무사 이익단체 노릇을 한 것”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세무사회는 8일 “장 모 후보자가 총선에 나오면서 각종 선거 공보물에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2004년 이후 세무사 자동자격 변호사에게 세무사 명칭 사용은 물론 세무사 등록까지 원천 금지하고 있는 세무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들이 세무사 자동자격 변호사를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로 오인하지 않도록 한 것이며, 선거에 있어서도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후보자가 명칭을 무단 사용한 경우 진실에 부합되지 않은 사실로 국민이나 유권자가 해당 후보자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자로 오인할 수 있기에 응당 금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협은 8일 4·10 총선 국민의힘 장진영(서울 동작갑) 후보가 경력에 ‘세무사’를 표시한 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는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판단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즉시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변호사는 세무사법에 의해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자”라며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명칭의 사용을 금하더라도 장 후보가 세무사 자격을 가진 것 자체는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이 아닌 경력 표시에 대해 서울시선관위가 세무사법 위반 소지를 근거로 허위사실로 판단할 권한은 없다”고 비판했다.

김선일·서원호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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