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가결산 11일로 미뤄…총선 악재?

2024-04-09 13:00:19 게재

현행법, 국무회의 의결·감사원 제출 ‘4월10일까지’

총선 앞두고 역대급 세수펑크 등 ‘저조한 성적표’

통상 4월 첫째 화요일 의결 … 10일 이후는 처음

배경 논란 일자, 정부 “공휴일이면 익일제출 가능”

정부의 국가결산 결과 발표 시기가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물가 등 경제 부진으로 인한 정권 심판론 분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적 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202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한 해 동안 정부가 나라 살림을 어떻게 했는지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다. 기재부는 2월 8일 ‘2023년 회계연도 총세입·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는데, 68개 기금 운용 결과까지 포함한 전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지표는 4월 초 국무회의에 제출된 후 확정·발표한다. 재정수지는 정부의 세입(수입)과 세출(지출)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라 살림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가결산 빼먹은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주 국무회의에서 국가결산을 심의해왔지만 올해는 이를 1주 미뤘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올해는 이 국가결산일을 사상 처음으로 법정 기일보다 늦췄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역대정부는 해마다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고 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통상의 경우라면 올해도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은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법안 15개만 처리했다. 역대 선거를 앞두고 한 번도 밀린 적 없던 국가결산 보고서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10일이 지나 감사원에 제출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잘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들이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를 압도적 1위(23%)로 꼽은 상황(3월 넷째 주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등을 의식해서란 지적이 나온다.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정부가 일부러 국가결산 발표일을 총선일 뒤로 미룬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전 정권 영향 없이 윤석열정부가 처음으로 짠 예산과 재정 운용 결과가 담긴 성적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올해 결산에는 감세 정책과 56조원의 세수 펑크 여파로 재정수지가 악화됐다는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국무회의가 9일 개최될 것으로 보고 준비해왔지만 일정이 조정됐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일정은 대통령실과 총리실에서 정하며, 불리한 발표여서 미룬 게 아니다”라며 “10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익일 제출’이 가능해 국가재정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무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 측에서는 ‘선거를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가결산을 안건으로 하는 11일 국무회의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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