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남은 숙제 ④ 무더기 입법 예고

2024-04-19 13:00:04 게재

4년간 처리 법안 1만개 넘을 듯 … 과잉·부실입법 논란

입법 발의 2만5000개 돌파, 처리율 30~40%대로 하락

폐기 법안도 1만6000개 넘어 사상최대치 경신 예상

‘일하는 국회법’ 준수하는 상임위·소위 없어 ‘무력화’

입법조사처 “법률안 폭증으로 숙려기간 확보 어려워”

22대 국회는 처리 법안이 1만 건을 넘고 폐기되는 법안 역시 1만6000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잉 입법’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농해수위 야당 의원 기자회견 민주당 농해수위 간사인 어기구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농업민생 4법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의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제출된 법안(의안)은 2만5806개로 20대 국회 4년 동안 들어온 법안인 2만4141개보다 1000개 이상 많았다. 사상 최고치다.

국회의원과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지난 13대 국회때는 938개였고 15대 국회때 1951개로 늘더니 18대 국회들어 1만개를 넘어섰고 20대 국회때 2만개를 돌파했다.

발의 법안이 가파르게 늘면서 처리한 법안도 급증했다. 13대엔 707개가 처리됐지만 15대엔 1424개로 처리법안이 1000개를 넘어서더니 20대엔 8799개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발의 법안 중 처리한 법안의 비율인 법안 처리비율은 갈수록 하락 추세다. 13대 75.4%에서 14대 80.7%로 올라섰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18대에 34.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만1191개가 발의됐고 이중 3866개만 처리됐다. 처리 법안수는 17대 3766개에 비해 100개가 늘었지만 발의 법안수가 7489개에서 3000개 이상 폭증하면서 처리율이 급락했다.

이후 19대 처리비율은 41.7%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20대엔 36.4%로 하락했고 21대 들어서는 36.6%로 20대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21대 남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20대와 같이 550개 이상의 법안이 처리되면 전체 처리 법안은 1만개를 넘어서게 되고 처리비율은 38%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발의 법안 수에 비해 처리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4년간 1만개, 1년에 2500개가 넘는 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고치는 ‘과잉 입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익집단들의 로비에 따라 ‘발의’에 목적을 둔 입법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임기말 폐기법안이 지난 20대만 1만5125개에 달했고 올해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1대 국회에 미처리된 계류법안만 1만6354개다.

국회의 현재 법률 심의 방식으로는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하는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는 ‘매달 2차례’, 법률안을 심사하는 법안소위는 ‘매달 3차례 이상’ 열 것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지킨 상임위나 법안소위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에 밀려 정치개혁 차원에서 만든 법안조차 선언에 그친 채 사실상 ‘유명무실’화돼 버린 셈이다.

입법 발의 실적을 높이려는 속도전은 입법 과잉에 따른 부실 입법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의원입법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결정 또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종래에는 비교적 복잡한 정부발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양상은 제18대 국회에서부터 역전되어 현재는 의원발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원발의 법률안의 비중 증가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국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국회입법조사처의 입법조사와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성안조력은 모두 임의적 사항이므로, 지원기관의 조력을 거치지 않고 성안되는 법률안 또한 상당하고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과정에서는 법률안 폭증에 따른 검토 시간과 인력의 부족, 그리고 다수의 법률안을 한꺼번에 상정하여 심사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숙려기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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