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대표 부정선거, 실형 선고

2024-04-22 13:00:04 게재

투표함 바꿔치기

아파트 동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투표함 바꿔치기 방식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른 선거관리위원과 관리사무소장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송혜영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중랑구 모 아파트 동대표 재선거 선거관리위원 A씨와 관리사무소장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선출직 공무원 등을 뽑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이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아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2년 말 4명의 아파트 동대표를 선출하는 재선거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공모했다. 이들은 허위 투표용지가 들어간 위조 투표함을 제작해 이를 정상 투표함과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투표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정상투표함에 있던 투표용지 파쇄를 다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시키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송 부장판사는 “공정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구성원들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재선거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와 B씨는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특정인이 당선되게 했다”며 “계획적이고 치밀하고 대범해 그 결과도 중대하다”고 질타했다.

A씨와 B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선처를 탄원했다. 이들은 같은 종류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지만 실형 선고를 피하지 못했다.

또 다른 선관위원 C씨는 위조 투표함을 투표소로 이동하는데 가담한 사실로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C씨는 “위조 투표함인지 몰랐다”고 진술했고, 고소인은 법정에서 C씨 주장이 맞다고 증언했다.

송 부장판사는 C씨에 대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A, B씨와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선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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